인계. 성력 생성기 1938년 패왕월 24일 늦은 밤
키엘미르가 간 곳은 마을 어귀였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이잉~재미없단말야!」
10살은 되었을까. 원피스 잠옷바람에 손에는 제법 통통한 곰인형까지 들고 있었다.
얼굴은 말 그대로 동안(童顔). 어린데다가 머리까지 길어 제법 귀엽게 생겼지만, 눈동자 속에는 알 수 없는 혼돈이 어려 있었다. 문제는 그 이쁘장한 아이가 주변에 군데 군데 파여 있는 구덩이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파르바티 너…오지 말라고 했잖아!」
키엘미르가 파르바티라고 불린 여자애를 야단쳤다.
「이잉…키엘이 없으면 심심한걸」
파르바티는 제법 불쌍한 표정까지 지었다.
『역시…[그것]의 영향인가. 불쌍한 녀석』
「심심하다고 사람들을 괴롭혀서야 되겠어」
키엘미르가 아이를 꾸짖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랑 안 놀아 준단 말야. 논대봤자 재미도 없고. 놀아 달란 말야!」
파르바티가 갑자기 키엘미르에게 이따만한 마법구를 난사했다.
『칫, 이 녀석 또 놀아달라는건가…이래서 애들은 여러 모로 다루기 힘들군』
「리버스 미사일(reverse missile)」
순간 키엘미르의 손에 거울 같은 것이 투명하게, 아주 잠깐 빛났다. 그리고 마법구는 파르바티를 향했다.
「파캉-!!!」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피어오른 먼지로 시야가 차단되었다.
「헤헷. 이래서 키엘이랑 노는 게 재밌는걸」
파르바티는 오히려 기운이 팔팔해 있었다.
「이제 그만하라고. 사일런스」
키엘미르가 짤막한 시동어를 외쳤다. 4클래스 무속성마법 사일런스(silence). 수면(sleep)의 최상급 마법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원하는 시간 동안 잠재워버린다. 물론 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마법사 정도라면 모를까.
파르바티가 잠시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살짝 내려와 조용히 잠들었다.
「자기조차 주체할 수 없는 마력이지만 정해진 형식이 없으니 간단히 재워줄 수 있지. 물론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말야」
공중에 부웅 떠 있는 파르바티를 키엘미르가 안아 일으켰다.
「제길. 이 마을에서도 오래는 못 있을 것 같네」
그 말과 동시에 화살이 키엘미르의 귀를 스쳤다. 어느새 사람들이 삽과 괭이, 낫을 들고 몰려온 것이다. 개중에는 드물게 검을 든 사람도 간혹 있었다.
「마족은 내놓고 가라-! 우리 마을에서 놈을 처단하겠다!」
순간 키엘미르의 주변에 깃털이 휘날렸다. 아니, 적어도 사람들에겐 그렇게 보였다.
「와아…아름답다♪」
5클래스(중급) 무속성마법 일루전(illusion)과 3클래스 무속성마법 슬립(sleep)을 합성한 마법이었다. 일루전으로 보여주는 것은 술자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환상을 보여주어 잠들게 하는 것이 그 합성마법의 효과였다.
사람들이 픽픽 쓰러졌다. 물론 전혀 다친 곳 없이.
「그럼 인연 있으면 또 만나요. 아저씨들-」
순간 쉬릭-하는 소리와 함께 키엘미르가 사라졌다.
-프롤로그가 2개(앞으로 한두개 더 추가)인 것에서 알 수 있으시겠지만 용량은 실로 방대합니다! 기대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