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카구라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KOF에는 출장하시진 않으시는 겁니까?"
"예에, 몸 상태도 그렇고, 제겐 이미..."
카구라, 아니 야타 치즈루는 병원 침대 위에서 힘없이 시선을 떨궜다.
신고로서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애쉬 크림슨에게 삼종의 신기로서의 '힘'을 빼앗긴 이상, 그녀
는 이미 쿠사나기나 야가미와 동렬의 존재가 아니었다.
"저는 이제 정말 신에게 기도할 수밖에 없네요. 쿠사나기와 야가미가 한 번만 더 힘을 모아 싸워 주기를 말이죠 ..."
"그, 그건 문제 없을 거예요!"
내심, 전혀 괸찮을 리는 없었지만, 아무튼 신고는 기세 좋게 큰소리쳤다.
"하지만"
"이 야부키 신고가 어떻게든 부탁해 보겠습니다! 진심으로 부탁드리면 쿠사나기 씨도, 그리고 야가미 씨라도 쾌히 승낙해 주실 테니까요!"
※ ※
"...이런 이유로 야가미 씨와 함께 엔트리해 주세요, 쿠사나기 씨! 부디"
"바보 같은 소리도 좀 작작하지 그래"
쿄를 찾아가 바닥에 엎드려 끈질기게 부탁하는 신고였지만, 쿄는 예상했던 대답을 들려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전에 같이 팀을 짰던 적도 있었잖아요!"
"그건 카구라가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했던 것뿐이야. 게다가 야가미 자식이 그걸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쿄, 이오리, 카구라 치즈루로 엔트리했던 전 대회.
그건 세 사람의 수백 년을 초월한 미묘한 관계였기에 성립된 기적 같은 일로, 그런 상황이 또 다시 찾아올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무엇보다 카구라가 빠지면 누군가 또 한 명을 추가해야 하는데, 쿄와 이오리가 모두 납득할 만한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 그거라면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뭔데, 들어주긴 할 테니, 말은 해 봐라."
"저요 저! 야부키 신고!"
신고는 싱글벙글거리고 있었지만, 그 웃는 얼굴에는 농담기나 가식같은, 그런 종류의 뉘앙스는 없었다. 간단히 말하면 진심이다.
"......못 들은 걸로 해 두지."
※ ※
길고 긴 여름해가 지고, 동쪽 하늘에 하현달이 떠올랐다.
후덥지근한 여름밤. 바람조차 불지 않아서인지 묘 앞에 둔 향의 연기는 흔들리지도 않고 똑바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작은 묘의 앞에 있던 남자에게 다른 그림자가 다가왔다.
"분향이라도 한 거냐 야가미"
"......"
묘 앞의 분향대에는 불이 붙여진 담배가 하나 옆으로 놓여 있었다. 야가미 이오리가 물고 있던 담배. 그 세 개의 연기가 실처럼 하늘로 사라져 갔다. 두 사람은 얼굴을 돌리려고도, 마주보려고도 하지 않고 묘 앞에 나란히 섰다.
"오늘로 몇 번째 기일이었지?"
"......네 놈, 언제부터 알고 있는 것까지 남에게 묻게 된 거지."
두 사람 다 차분한 어조였다. 평소의 독설은 들어있지 않았다. 눈앞의 작은 석비가 싸우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멀리 석양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네 놈의 제자가 매일 귀찮게 한다. 어떻게 좀 해."
"그 자식이 그냥 하는 일까지 내가 책임질 필요는 없지. 네 놈 멋대로 하면 되잖아!"
"......좋다"
야가미는 짧아진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새로 하나를 꺼내 물었다. 곧바로 쿄가 라이터를 내밀었다. 굉장히 거칠게 다룬 오래된 것으로, 여기저기 도금을 벗겨 조각한 영문이 쓰여 있다. 그 손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올라오더니, 약하게 흔들리는 불이 켜졌다. 오른 팔 만을 야가미에게 향하고 몸과 얼굴은 여전히 정면을 본 채로.
"라이터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있는 건가?"
"예비용이지"
야가미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인 후, 한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쿄가 불을 껐다. 주변이 아주 조금 어두워졌다. 야가미는 똑바로 옆으로 걸으며, 천천히 그 장소에서 빠져나가려 하더니, 곧 걸음을 멈췄다.
"......"
"아직 무슨 볼 일이 남은 거냐, 야가미"
여전히 앞을 보고 있던 쿄가 물었다.
"네 놈과 결판을 내야겠다. 네 놈을 죽이는 건 바로 이 몸이시다."
"......"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일도 있지"
"......그런 것 같군"
쿄의 귀에 야가미의 발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건 조금씩 멀어져 가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묘지에 설치된 가로등이 켜졌다. 야가미아 서 있던 장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고, 거리는 진홍빛으로 물들어갔다.
※ ※
KOF 제1회전, 일본 회장.
신고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대수문 앞에서 쿄와 이오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출장 약속은 커녕 상대조차 해주지 않았고, 그러다가 이오리에게 진짜로 죽을 뻔한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수포로 끝났다.
신고는 생각했다. 몇 주 전 자기 자신이 한 말을.
"아셨죠, 두 분 이름으로 엔트리해둘 거예요! 절대로 와 주셔야 해요! 믿고 있을 테니까요!"
출처는 BATTLEPAGE입니다
묘의 주인은 아는 사람이 있을려나=_=(전 알고 있음)
묘의 주인이 누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