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 처음에 나왔을때는 포켓몬에 익숙해져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포켓몬보다 인기가 더 좋은 것 같다. 오죽하면 포켓몬도 조금씩 '디지몬화'되는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흔히 포켓몬의 매력이 다양한 종류의 포켓몬을 보는 것이라면, 디지몬의 매력은 한 가지 몬스터의 다양한 '진화 형태'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필자도 이 말에 공감하는 바이다. 포켓몬은 아무리 진화를 해도 2단계 진화가 끝이다. 하지만 디지몬은 완전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진화 단계를 거치는가. 이것이 바로 디지몬이 포켓몬과 다른 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게임은 포켓몬을 더 선호하나, 애니메이션은 디지몬을 더 좋아한다. 왜냐면, 포켓몬에는 진지한 맛이 없다. 언제나 한 화는 작은 사건이 하나 터지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그 화는 끝난다. 하지만 디지몬의 스토리 전개는 다르다. 약간 유치해 보이는 감도 있지만, 하나의 큰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에 따라 주인공들은 적과 싸우고, 난관을 헤치는 등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그리고 디지몬은 적어도 인물들의 대사가 포켓몬보다 덜 유치하다고 본다(어디까지나 개인적 시각이다). 그리고 포켓몬에는 갈등이 없다. 언제나 명랑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일까? 가끔 유치한 외적 갈등이 있을 뿐 진지한 갈등은 거의 없다. 그레 반해, 디지몬의 경우엔 끈임없이 갈등이 있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외적 갈등도 있고, 한 인물의 내적 갈등도 있다. 어찌 보면, 인물들은 디지몬 쪽이 더 현실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래서 필자는 디지몬 애니메이션을 더 좋아한다.
- 필자가 지금까지 본 디지몬 시리즈 -
<디지몬 어드벤처>
디지몬 시리즈 제 1부라 볼 수 있다. 역대 디지몬 시리즈들 중 그나마 가장 분위기가 가볍고 인물들 디자인도 가장 '유아틱'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별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스토리도 가장 단순해서 이해하기도 편하다. 일본판 원제는 모르겠다.
<파워 디지몬>
디지몬 시리즈 제 2부. 등장인물들이 많이 달라졌으나 전작(디지몬 어드벤처)에 나왔던 인물들이 그대로 다시 나온다(물론 어느정도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좀 성장한 채로). 이들 중 대부분은 조연으로 등장하나 리키와 나리(일본판에서의 이름을 모른다. 젠장!)는 다시 주연으로 나온다! 전작에 비해 분위기가 약간 더 무거워졌으며, 인물들의 갈등이 더 자세하게 나온다. 캐릭터 디자인도 왠지 모르게 더 진지해져서 아이들이 이해하게에 약간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일본판 원제는 역시 모름.
<디지몬 테이머즈>
디지몬 시리즈 제 3부. 전작인 파워 디지몬이 넓게 말해서 디지몬 어드벤처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면, 이 시리즈는 앞의 두 작품들과의 연관성이 전혀 없다. 배틀 시스템도 확연히 달라졌고(카드를 이용한다), 캐릭터들도 전작과 완전히 다르다. 공통점은 나오는 디지몬들 중 매 시리즈마다 등장하던 녀석들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는 점. 분위기도 가장 무겁고, 시나리오도 더 심오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확연하게 느껴지는건 주인공들의 지적 수준! 어려운 용어들을 써가며 심오한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들을 보면 얘들이 초등학생이 맞는지 의심이 간다(-_-). 인물들의 디자인도 디지몬 특유의 '동글동글한' 디자인이나 어딘가에 날카로운 모습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디지몬들의 디자인에서 기계의 냄새가 난다. 마지막화에서 최종 진화형을 본 필자는 이것들이 디지몬인지 로봇들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_-). 마치 옛날에 재미있게 봤던 '수퍼 그랑죠(마동왕 그랑죠트)'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조종방식도 같다). 디지몬 시리즈들 중 가장 청소년이 볼 만한 작품이지만 이전의 디지몬 시리즈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약간의 이질감을 불러올 수 있다. 가장 왜색이 짙은 작품이라고 본다(특히 주연급 디지몬들 중 여우의 모습을 한 디지몬 때문에). 7세 이상 시청가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작품에 '12세 이상 시청가'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다. 일본판 원제는…… 역시 모른다(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