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검도부때문에 시간이 안나고(그동안 너 킹오파하던 거 모를 줄 알았니?) 밤에는 학원의 압박이;; (잡소리 때려치워!!)
--------------------- Start ------------------------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은미의 말이 절규로 끝났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얘기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이 잡하지 않았다.
은미는 얘기를 끝마치고 흐느끼고 있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큰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은미가 친구들의 죽음으로 미쳐버린 것이 확실하지만,은미의 얘기는 한낱 미친 소리로 치부하기엔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두 장의 스티커 사진에 찍힌 그 애의 얼굴이 있었다.
이 세상 사람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사진 속의 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그 애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 같아 소름이 쫙 끼쳤다.
'죽는 것이 좋다니까.....
이제는 네 차례야........'
...나는 그 소름끼치는 사진에서 애써 눈을 떨고,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은미는 얘기를 끝마치고 무서운 듯 온몸을 바르르 떨면서 울고 있었다.
은미 어머니도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은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안쓰러운 은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무책임한 대답을 했다.
"은미야... 걱정마라...
나는 내 말을 다 믿어...
이제부터 너를 도와줄게..
그러니 마음 푹 놔... 잠도 푹 자고..."
내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은미는 죽었다 살아난 사람처럼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선생님! 역시 선생님은 제 말을 믿고 계시죠..
거봐! 엄마! 선생님은 내 편이잖아.
선생님 저 도와주실거죠?"
은미의 그 필사적인 모습을 보니, 앞에서는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은미를 도와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나는 은미를 안심시키고, 은미 어머니에게 은미를 잘 부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미 어머니의 고마워하는 표정을 보니 더욱더 은미의 부탁은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은미에게 들리지 않게, 어머니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걱정마세요.. 저 아는 의사분에게 부탁해 은미좀 살펴보라고 할께요.."
그러고는 은미를 보고 작별 인사를 했다.
"은미야, 내가 그 사진에 대해서 알아보고 힘 닿는데까지 해볼게.. 그리고 이런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해 전문가인 선배를 소개시켜 줄테니까 그 아저씨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해줘...
이제 무서워하거나 걱정말고, 어머니 말 잘듣고 푹 쉬어..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야지...
다음에 보자..."
은미 어머니와 은미는 현관밖까지 나와 고마워 했다. 은미의 모습은 이제 좀 희망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마음에 착잡했다.
솔직히 은미는 약간 미친 것 같았다.
말도 안되는 것에 대한 강박증, 환청, 죽음에 대한 공포 등..
내 짧은 상식으로도 제정신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친구들의 자살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약간 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애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니 못 본체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더구나 나를 그렇게 믿고 의지하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은미 집을 나서면서, 최선생님을 떠올렸다.
내가 재원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아 힘들었을 때 도와주시던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그 버려진 집 사건이 갑자기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지나갔다. 그 끔찍하고 잔인했던 일들이...
최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나도 아마 평생을 그 버려진 집의 악몽에 시달리면서 살았을 것이다.
그 분은 젊은 데도 불구하고, 여는 의사와는 달리 정말 환자쪽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진심으로 환자를 이해하시는 분이다.
거기다 환자의 잠재의식 속에 담겨진 있는 공포심을 없애주는데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불가사이한 일에 대한 공포로 정신병이 걸리거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들에 이상할 정도로 관심이 많으신 분이다.
자기 말로는 박사 논문 주제가 환청, 환시에 관한 실제성 고찰이라고 해서 특별히 관심이 많다고 했다.
아마 이런 일이라면, 내 부탁이 없어도 자진해서 나설 것 같았다.
최선생님에게 전화했더니 마침 자리에 있었다. 나는 은미의 자초지종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 최선생님은 요즘 약간 시간이 있다며 흔쾌히 응했다.
"일한씨, 그런 일은 오히려 내가 부탁해야 할 일이예요..
안 그래도 논문에 여러 가지 사례가 필요한데, 이번 일이 적당한 사례가 될 것 같네요. 내일 내가 찾아가 그 은미라는 학생을 만나고 얘기해 보죠.
미미하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3부에서 계속....
---------------------------------------------------------
이번 글은 스크롤의 압박이 있을 듯;;
그리고 본문에 나와있는 '버려진 집' 사건에 대해서 알고싶으시면 '어느날 갑자기' 3권을 참조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