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사이로 난 길을 배경으로
하얗고 예쁜 달걀 하나가
즐겁게 웃으며 걸어갑니다.

이 때 붉은 삐죽머리 청년이
계란을 번쩍 집어들고는
바위에다 내리친 뒤
몸을 두 개로 쩌억 갈라서
내용물을 후라이팬 위에
화악 쏟아붇습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내용물이나마 빠져나오려고 하는 계란을
부침용 채(라고 해야 하나.)로
뒤집어가며 꾹꾹 누르고
그 위에 맛소금을 촤악 뿌립니다.

'치치직~' 소리,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으아악~!!!"하며 처절하게 절규하는 계란,
결국 계란의 몸이 노랗고 하얗게 굳으면서
사지가 추욱 늘어지고....

빨간머리 청년은 계란을 접시에 담아내며
담배 한모금을 길게 뿜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