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습격이다. 게시판지기를 두 배 이상 늘리고 삭제 규정도 강화해!”
얼음폭풍이 지구 절반을 덮치는 재앙을 그린 영화 ‘투모로우’의 패러디 동영상이 최근 온라인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이 패러디 동영상에서 재앙은 ‘얼음폭풍’이 아니라 다름 아닌 7월 말부터 시작된 ‘초등학교 방학’이다.

유머 사이트 ‘풀빵닷컴’(www.pullbbang.com)이 제작한 이 동영상에서 초등학생은 ‘바이러스’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초등학생들은 방학과 함께 온라인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악플’(악성리플)을 양산하고 갖은 욕설로 포털사이트를 도배한다. 이에 잔뜩 긴장한 포털사이트들은 초등학생들의 습격에 게시판 관리자를 늘린다. 해결책은 ‘개학’뿐이다.

동영상 말미에 방학을 기뻐하는 천진난만한 초등학생 사진에 이어 ‘당분간 즐거운 웹서핑은 글렀다’고 경고하는 자막은 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이 동영상은 단순한 재밋거리를 넘어서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 ‘공감’과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딩’(초등학생을 비아냥거리는 용어)의 버릇없음을 꾸짖는 네티즌부터 ‘대부분 초등학생들은 예의가 바르다’며 이에 발끈하는 초등학생들의 항변까지 온라인이 때아닌 ‘초딩논란’에 빠졌다.

경찰관 살해 용의자 이학만(35)씨를 잡기 위한 대대적 수색작전이 이씨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도용, 온라인 게임을 한 초등학생에 의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지면서 ‘초딩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네티즌들은 “수백명의 경찰력을 움직일 수 있는, IT공화국에서 초딩의 힘을 실감했다”며 초등학생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초등학생, 즉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요 새싹이다. 아무리 정성껏 보살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이 온라인에서만은 ‘초딩’이 지탄의 대상이다. 말썽의 주인공은 항상 초딩이다. 왜 그럴까. 이 대목에서 ‘초딩’의 정의부터 되짚지 않을 수 없다.

“초딩에는 여러 비유가 숨어 있다. 초등학생의 정신연령을 가졌음에도 상태가 정상인 사람을 ‘초등학생’이라 하고, 조금 상태가 나쁜 사람을 ‘초딩’이라고 한다. 초등학생은 남의 말에 태클(비판)을 걸지 않고 잘못을 스스로 깨우친다. 그러나 초딩은 욕이건 태클이건 가만히 있지 못한다. 80%는 이해가 안 되는 난감한 내용이다. 초딩은 자신의 과실은 생각하지 않고 보상만 바라는 무식한 소비자와 같다.”

이는 한 네티즌이 인터넷 포털 다음의 유머 사이트 ‘엽기 혹은 진실’ 카페 게시판에 올린 ‘초딩의 정의’라는 글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초딩’은 나이에 따른 개념이 아니라 ‘네티켓’(온라인 에티켓)이 부족한 네티즌을 일컫는다. 지탄의 대상은 ‘초등학생’이 아니라 나이값을 못하는 네티즌이라는 것. 즉 초딩이 실제 초등학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방학 시작과 초딩 증가 간에 아무런 함수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1일 네이버 포털사이트에서 ‘관수’라는 네티즌은 그의 블로그에서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초딩논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초딩은 나이값을 못하는 사람에게 붙여졌으나, 초등학생들이 익명성에 기대 평소에 할 수 없던 말을 거리낌없이 하면서 상대방에게 모욕을 준 것 같다. 그러나 요즘 패러디물에서 ‘초딩’을 초등학생으로 설정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초딩’과 어른 ‘초딩’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400여명의 네티즌들은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국딩’이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요즘 초딩들이 어설프게 어른 흉내를 내며 도발적으로 구는 것이 보기 아니꼽다”며 “나중에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을 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 ‘초딩’의 실체는 초등학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자신을 ‘초딩’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모든 걸 초딩 탓으로 돌리는데 가정과 학교 교육의 문제 ”라며 “어른들이 만든 문제점을 ‘초딩’에게 뒤집어씌우는 게 어른들 특권이냐”고 항변했다.

각 포털 사이트 관계자들은 초등학생 고객들에 대한 자사 이미지와 관계된 문제인 만큼 ‘초딩논란’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방학이 되면서 ‘악플’이 는 것만큼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 곳은 국내 대표 디지털 동호회 사이트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紅月:와아하하하하)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초·중·고생들이 방학이 되면 악플러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토론장 같은 경우 익명이어서 수준이하의 글이 모두 ‘초등학생’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초딩의 실체를 확인하긴 곤란하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네이버는 최근 모니터링 요원을 늘려 24시간 2교대 체제로 ‘악플’ 단속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초등학생’을 무조건 ‘초딩’으로 몰아붙이고 그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 성인들과 전혀 다른 성장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는 그들의 시각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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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다 똑같은 놈들이.
햏자건 초딩이건 얼굴 안보인다고 나대는 놈들은 죽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