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게임이 좋다.

스크린과 마주한 그 순간의 적막함.

거기엔 아무것도 없는 세상.

오직, 내 의지와 그 의지에 반하는 의지만이 충돌하는 세상.

생과 사의 끔찍한 바둥거림도, 지배의 폭력도,

무시와 멸시도 없는 그런 세상.



다만 0.1초가 느껴질 정도의 숨막히게 느린 시간 속에

서있는 내가 좋다.

그래서 난 오늘도 스틱을 붙들고

테리와 함께 장풍을 날리고, 김갑환과 함께 봉황각을 쏟아부으며

세상을 내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