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표를 사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있는 송내역.
요 몇일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냈던 이 곳은 참 묘한 공간이다.
한쪽에는 구청의 강제 철거단속에 항의하는 노점상 연합의 투쟁본부가 불을 밝히고 있고,
다른 한쪽엔 축제 특유의 화사함이 가득한 영화제 안내천막이 깔깔대고 있다.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들었던 특이한 광경이다.
기본권의 극단을 지키기 위한 투쟁과, 취향의 극단에 선 축제가 한 장소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
먹고 사는 일이 충족된 사람들의 축제가 곱지 않은 듯 바라보는 먹고 살기 위한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축제의 장에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 탐탁치 않은 듯 바라보는
먹고 사는 일이 충족된 사람들의 시선.
계급이란 벽으로 가로막혀 있진 않지만, 그들의 감정이 충돌하는 이 송내역 광장만큼의 넓은 간극이
둘 사이에 존재한다.
물리적 공존이 아니라, 연대를 바라는 건 지나친 마음일까.
어쨌든 난 발길을 돌려 극장을 찾을것이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무관심은 다시 거리에 흐를 것이고,
그래서 당장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
그래서, 산다는 건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이기기 위한 전쟁이 아닌, 하루하루 전투에서 살아남아 버텨내는 것이 목표인 그런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