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머니 셰퍼라는 넘이 있었다. 야구 역사상 최악의 괴짜라고 할만한 넘이다. 아니… 최악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팬들에게 웃음을 주던 넘이었으니까…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다고나 할까? 셰퍼는 1901년 시카고 컵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1918년까지 18년간 5개팀을 전전하던 선수였다. 통산 타율이 .257 이었으니까 그렇게 대단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그가 기억되고 있는 것은 바로 엉뚱함 때문이다.


도대체 이 인간이 경기장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 한번 보자. 1906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셰퍼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이었는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 타이거스는 9회까지 1 : 2 로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9회초 공격 타이거스의 감독 빌 아머는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투수 레드 도나휴를 빼고 셰퍼를 대타로 기용했다. 셰퍼는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불과한 선수였기 때문에 도나휴도 상당히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 그는 덕아웃으로 돌아와서 배트를 내팽개치고 계속 궁시렁 거렸다고 한다. 뭐 어찌되었든 타석에 들어선 셰퍼라는 넘을 보자. 당시에는 장내 아나운서가 없던 시절이기 때문에 대타가 들어서면 심판이 관중들에게 소개를 해줘야 했다. 그런데 이 셰퍼라는 넘… 타석에 들어서다 갑자기 뒤돌아서서 관중석을 향해 모자를 벗고 흔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허만 셰퍼를 보고 계십니다. 허만 셰퍼라기보다는 허만 대제(大帝)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핀치히터 올시다. 저는 지금 레프트 쪽으로 홈런을 때릴 계획이오니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러한 멘트를 할 수 있는가? 그것도 원정경기에서… 홈런 좀 때리던 넘이었으면 말을 안하겠다. 이 인간은 이때까지 평생 홈런이라고는 2개 밖에 쳐보지 못한 넘이었다. 관중들은 물론 상대팀 투수였던 다크 화이트도 코웃음을 칠 수 밖에… 아마 타이 캅이나 샘 크로포드가 그랬다면 빈볼이라도 날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인간이 확실히 일을 낼려고 하긴 했나보다. 평생 홈런을 2개 밖에 쳐보지 못했던 넘이 이 상황에서 진짜로 레프트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때려낸 것이 아닌가? 베이브 루스가 1932년 월드시리즈에서 예고 홈런을 쳤다는 말이 있는데, 원조가 저머니 셰퍼인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홈런을 치고 나서 이넘이 한 행동이었다. 아마 경마에 심취했었던가 본데, 이넘은 타구가 펜스를 넘어갈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서서 구경하더니 펄떡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1루로 달리더니 머리를 앞세워 슬라이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더니 "셰퍼가 4분의 1까지는 선두입니다!" 라고 외친 다음 다시 2루로 내달렸다. 2루에서도 슬라이딩을 한 셰퍼는 "셰퍼가 절반까지도 선두로 달립니다!" 라고 외쳤고, 3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지막 홈 베이스를 향해 멋지게 슬라이딩을 하더니 "셰퍼가 머리 하나 차이로 우승입니다!" 라고 외치고는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신사 숙녀 여러분, 지켜봐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라고 스탠드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마쳤다. 아마 그 타석이 9회가 아니었다면 셰퍼는 다음 타석에서 상대투수의 공에 맞아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셰퍼의 엽기 행각 중 단연 압권은 '1루 도루사건' 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넘은 1루로 도루를 했다. 농담이 아니다. 정말로 2루에서 1루로 도루를 한 것이다. 당시로 돌아가보자. 1908년 9월 4일이었는데, 디트로이트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시합을 가지고 있었다. 게임 후반부 동점 상황에서 셰퍼가 1루, 데이비 존스가 3루 주자로 있었다. 당시에는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사인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는데, 이 셰퍼라는 넘은 3루 주자인 존스에게 더블스틸 사인을 냈다. 그리고는 상대투수의 초구 때 약속대로 2루를 향해 냅다 달렸다. 그러나 3루 주자 존스는 홈으로 뛰어들 수 없었는데, 클리블랜드 포수 닉 클라크가 2루로 볼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어찌되었든 디트로이트로서는 1, 3루 찬스가 2, 3루가 되었으니 셰퍼의 작전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이 셰퍼라는 넘 보소… 투수가 다음 공을 던지려는 순간 2루에서 존스를 향해 눈을 찡긋하더니… "야, 다시 하자!" 라고 외치고는 괴성을 지르며 1루를 향해 냅다 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인간의 생각을 범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아마 1루로 돌아간 뒤 다시 도루를 시도하려 했던지 아니면 포수가 1루로 송구하는 틈을 타 3루 주자가 홈으로 달리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도저도 아니면 그냥 미쳤기 때문이거나…

셰퍼의 생각이 어찌되었든 이번에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포수 닉 클라크 뿐 아니라 3루 주자 존스, 타석에 들어선 샘 크로포드, 상대팀 1루수, 심판까지도 전부 입이 딱 벌어져서 셰퍼가 하는 짓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가 2루 주자가 1루로 역주하는 것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찌되었든 상황은 다시 1, 3루 상황이 되었다. 모두 예상하시겠지만 이 셰퍼라는 넘이 가만 있을 넘인가? 투수가 3구째를 던지려는 모션을 취하자 다시 냅다 2루로 달리기 시작했다. 포수 클라크도 열이 받을대로 받은 상태. 상대의 작전을 뻔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2루를 향해 송구했다. 너무 열을 받아서일까? 송구는 높이 날아갔고, 이를 틈타 3루에 있던 존스가 홈을 파고들어 득점, 결국 경기는 디트로이트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고보면 옛날 야구에는 참 별일이 다 있었다. 요즘 셰퍼같은 넘이 있다면… 아마 그 넘은 메이저리거가 되기 전에 정신병원으로 끌려가겠지?






스포츠 서울 게시판에서 펌..

야!!다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