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델은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자 만족스러웠다.
"남천회주께서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겁니다. 마왕의 비전서 말입니다."
"호오... 그게 정말 존재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남천회주께서 힘을 빌려주시어 마교를 멸하고 나면
비전서를 공유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거 참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구만. 헌데 다른 문파들은 어쩌고
굳이 우리 남천회를 찾은 이유가 뭔가?"
"남천회가 세력이 가장 크고 그 힘 또한 강대하지 않습니까."
"크하하하! 하긴 그렇지.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보세."
"마왕의 비전서가 봉인되어 있는 구암동 이란 곳이 있습니다.
허나 워낙 경비가 철저해 들어가기 쉽지가 않습니다.
사파지존이라는 야차와 무혼이 지키고 있어서..."
"그래서 그 쪽을 쳐달라는 거군?"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정면돌파는 무리야. 우리 남천회가 아무리 강대하다해도
본회의 힘만으로는 힘드네."
자웅쌍패가 난색을 표하자 가이델이 미소를 띠며 말한다.
"그래서 무림맹이 결성된것 아닙니까. 무림맹의 모든 정파를 모아
마교의 정문으로 쳐들어가겠습니다. 그러면 마왕은 정문에 모든 병력을
집중시킬 겁니다. 그 때를 노리시면 됩니다."
"허어... 그럼 정파는 몰살 당할텐데..."
"새로운 무림을 만드려면 그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하지않겠습니까."
"새로운 무림이라...?"
"저희 문주와 남천회주께서 함께 만드실 새로운 무림말입니다."
"크하핫! 새로운 무림... 새로운 무림... 아주 마음에 드는군, 좋아!"
이렇게 자웅쌍패는 가이델의 언변술에 넘어가고 말았다.
한 편, 무림맹을 떠난 사파인들은 마교에 도착했다.
"누구냐!"
경비를 서던 마교의 병사 하나가 물었다.
"우린 사파인들이다. 마왕님을 알현하러 왔다."
호살마(好殺魔)-이혼 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파가 무슨 일이냐?"
"우리사파의 지존이신 야차님께서 마교에 몸담고 계시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마교에 힘을 보태러 온 것이다."
혈보당(血報當)-삼혼 이 추가설명을 한다.
"들어가도 좋다."
사파인들은 안으로 들어가 마왕을 보게 된다.
"어서들 오라, 기다리고 있었네."
"마왕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왕이 반갑게 맞이하자 일혼이 대표로 인사를 한다.
"헌데 어쩌지? 야차는 지금 외곽경비를 나가 있어서 말이야."
"저희를 그 곳 경비로 보내주십시오."
"전부 다 보낼 수는 없고, 자네 셋이 좋겠군."
마왕이 삼형제를 가리키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그 곳을 지키겠습니다."
"나머지는 마교군으로 재편성하도록 하겠네."
"알겠습니다."
일혼, 이혼, 삼혼 삼형제는 즉시 구암동으로 떠났고
마왕은 사파인들을 반으로 나누어 마교군으로 편입시켰다.
여기는 팔두사문.
"크리스, 자네는 야시로와 셸미의 간호를 맡아주게."
"문주께오선...?"
"가이델이 돌아오는 즉시 가이델과 야마자키를 데리고 무림맹으로 돌아갈걸세."
"그 동안 최선을 다해 야시로와 셸미를 회복시키겠습니다."
크리스가 굳건한 표정으로 말했다.
"문주! 신 군사 가이델, 임무 완수하고 돌아왔나이다."
"오오... 수고했소. 남천회를 얻게 되니 든든하군."
"모두 문주의 덕이 높아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헌데 군사, 지금 바로 날 따라 무림맹으로 들어가야하겠소."
"야시로와 셸미의 상태가..."
"크리스가 남아 간호를 할 것이오."
"그럼 지금 바로 출발을..."
"야마자키, 즉시 말을 준비하게."
"존명!"
여기 남천회로 향하는 또 다른 일행이 있으니,
아방궁주 아수라와 그의 이복동생 크로우였다.
"형님, 이 계곡만 지나면 남천회입니다."
"서둘러야 한다, 한 시라도 빨리."
"예, 형님. 이랴~!"
계곡이 생각보다 험난하여 둘이 남천회에 당도한 시각은
늦은 밤이었다.
"제길, 계곡 하나 넘는데 이리 오래걸리다니..."
"어쨌든 당도하지 않았습니까, 형님."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가려는 둘 앞에 화살이 날아온다.
휘 ---- 익!
"진공편~!"
아수라가 양손을 내젓자 날아오던 화살들이 맥없이 바닥에 떨어진다.
"침입자는 정체를 밝혀라! 이 곳 남천회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
더구나 야심한 시각에 어쩐 일이냐!"
화살을 날린 무리들의 대장격인 듯한 복면을 쓴 사내가 말했다.
"이 분은..."
"아방궁의 궁주 아수라가 너희 회주를 만나러 왔다!"
크로우의 말을 끊고 아수라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읏! 이 사자후같은 목소리... 귀를 찢는 것 같군."
"아직도 길을 열지 않을 참이냐!"
아수라가 또 한 번 호통을 치자 그제서야 경비병들이 길을 열어준다.
"아방궁주, 어서오시오. 오랫만이구려."
"남천회주, 오랫만이오. 이 아이는 내 이복동생 크로우요."
"어서오시게, 반갑소. 하하."
"말로만 듣던 남천회주를 직접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저런 저런... 영광이라니, 하하 과찬이시오."
셋은 서로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뒤, 자리에 앉는다.
"헌데 아방궁주께서 이 야심한 시각에 어쩐일로 날 찾아오시었소?"
"남천회주, 나에게 힘을 좀 빌려주시오."
"힘을 빌려달라니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마교에는 마왕이 숨겨놓은 비전서가 있소.
그 비전서에는 엄청난 힘이 봉인되어 있다 하오. 난 그 비전서로
무림의 질서를 바꿔놓을 것이오. 우리 세외문파들을 중심으로 말이오."
<호오... 이것봐라? 아수라 이 자도 비전서를 알고 있군.>
아수라에게서 뜻밖의 말을 듣고 자웅쌍패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태연하게,
"내가 힘을 빌려주는 댓가로 그 비전서를 공유하자 이거요?"
"그렇소이다."
"형님, 우린 세외문파입니다. 그런 일은..."
"닥치거라! 난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무림은 세외문파를 중심으로 새롭게 세워질 거다."
"혀...형님... 진심이십니까?"
"넌 어쩔 것이냐? 이 형의 뜻에 따를 것이냐? 말 것이냐?"
크로우는 아수라의 갑작스런 말에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형의 말에 거역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래야지. 남천회주, 힘을 빌려주실거요?"
"기꺼이 도와드려야지요."
"고맙소이다. 이 은혜, 잊지않겠소."
"그건 그렇고, 밤이 깊었는데 쉬시지요. 자리를 봐놓았소"
"그럼 하루밤 신세지겠소."
자웅쌍패와 아수라는 흡족해하며 처소로 들었다.
하지만 크로우는 잠이 오지 않았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무림은...무림은...어찌되는 걸까?>
---<11 부> 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