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사파의 탈퇴소식을 들은 삼기백무 일행은
곧장 막사로 향했다.
"대체 귀하들께서 무림맹을 탈퇴하시겠다는 이유가 무엇이오?
맹주가 부재중이신 이 때에 정, 사파 구분없이 마교퇴치에
힘을 합치기로 하지 않았소이까!"
삼기백무가 한탄하며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오. 우리는 우리의 지존이신 야차님과
칼을 맞대고 싸울 수 없소이다."
사파의 최고수 3인방 중 하나인 귀곡성(鬼哭聲)-일혼 이었다.
사파 최고수 3인방이란 귀곡성-일혼,  호살마-이혼,  혈보당-삼혼
삼형제로 이루어진 사파의 자랑이자 최정예이다.
"그럼 귀하들과 우리는 이제 적인거요?"
"아마도... 그렇게 되겠죠."
삼기백무의 질문에 일혼이 씁쓸히 웃으며 대꾸한다.
"저 사파놈들을 이대로 보낼 순 없지 않겠소!"
"맞소! 처음부터 사파놈들과 손 잡을때부터 내키지가 않더라니만..."
정파인들이 몹시 흥분하여 막사는 순식간에 분위기가 과열되었다.
"조용히들 하시오! 저들을 보내줍시다."
"뭐라고요? 월하소문주, 저들은..."
"우린 정파가 아니오이까. 설령 나중에 맞서게 될 지언정
지금은 보내주는게 도리라고 생각하오. 정파답게 말이오."
"하지만..."
"정파의 명예를 더럽히실 참이오?"
삼기백무의 엄명에 정파인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자, 가시오. 다음에 만나는 곳은 전장일테지요?"
"아마...그럼..."
정파인들을 등 뒤로 하고 사파인들은 마교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여기는 팔두사문.
부활한 사신과의 싸움에서 크게 부상을 당한 야시로와 셸미는
중태에 빠져있다.
크리스가 둘을 간호하다 야마자키에게 묻는다.
"자네, 괜찮나?"
"사신이 부활했는데 괜찮을리가 있나...? 자네는 어쩌자고
그 사신하고 정면대결을 하려 했나?"
"문주께서 위험하셨지 않나. 야마자키 자네는 문주께서 위험에
처하셨는데 앞뒤 생각할 겨를이 있던가? 그러고도 자네가 사천왕이란 말인가?"
"그...."
"그만들 하시게. 사천왕 중 둘이 다쳤는데 나머지 둘까지 싸워서야 되겠나?"
바닥에서 그림자가 일어서며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이델, 자네로군. 오랫만일세."
크리스가 살짝 미소지으며 인사를 한다.
"가이델, 이게 얼마만인가."
야마자키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이델을 반긴다.
"그 동안 문주의 명에 따라 중원을 떠나있었네. 자네들을 보니 반갑구만."
"헌데 다시돌아온건..."
"그렇다네. 다시 문으로 복귀하라는 문주의 명이 계셨네."
"이제 가이델까지 왔으니 다 모였군. 야시로와 셸미는 차도가 좀 있나?"
"사천왕 크리스, 문주를 뵙습니다!"
"사천왕 야마자키, 문주를 뵙습니다!"
"군사 가이델, 문주를 뵙습니다."  
팔두사문주, 아니 무림맹주인 게닛츠가 들어오자 일제히 인사를 하는 그들이었다.
"야시로와 셸미는 아직... 의식불명 입니다."
"으음..자네들도 알다시피, 사신이 부활했다네. 아직 힘이 완전하지 않아
사신을 다시 봉인할 수 있다 생각했네만... 그 힘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네. 야시로와 셸미가 저 지경이 됐으니..."
"문주,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있지 않습니까."
"말만으로도 든든하이."
크리스의 말에 게닛츠가 조금 힘을 얻은 듯 보였다.
"분위기를 깨뜨려서 송구합니다만, 사파쪽에서 무림맹을 탈퇴했답니다."
"짐작하고 있던 일이야..."
가이델의 보고를 받고 별 놀라는 기색이 없는 게닛츠였다.
"그럼 문주, 이제 어쩌실 생각이신지..."
"우선은 세외문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지.
가이델은 즉시 남천회로 향하여 남천회주를 만나 원군을 청하라."
"존명! 지금 바로 떠나겠습니다."
"수고해주게."
가이델은 게닛츠의 명을 받고 즉시 남천회로 떠난다.


이 곳은 아방궁주 아수라가 머무르는 곳.
얼마전 이덕령에게서 의외의 말을 들은 아수라는 깊이 생각하다
동생 크로우를 부른다.
"크로우, 밖에 있느냐?"
"예, 형님. 부르셨습니까?"
"지금 즉시 남천회로 떠날 채비를 해라."
"예? 사파가 무림맹을 탈퇴해 어수선한 이때에 왜 하필..."
"묻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거라!"
"예... 형님."
크로우는 뜻밖의 아수라의 명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떠날 채비를 한다.
아수라는 방에서 혼자 생각에 잠긴다.
<게닛츠, 네 녀석이 내 뒤통수를 쳐? 어디 두고보자.
나도 내 방식대로 할테다. 세외문파들의 힘을 끌어모아 마교를 쳐없애고
비전서를 손에 넣을테다. 그런 다음 무림을...>


"소문주, 정말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저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괜찮으이, 너무 걱정하지 말게."
바이드가 걱정스레 말하자 삼기백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한다.
"아닌게 아니라, 큰 일이긴 합니다. 지금도 힘에 버거운데
마교에 사파까지 힘을 합치면..."
박근성도 낯빛을 달리하며 말한다.
"차라리 잘 됐소. 이 기회에 사파놈들까지 다 쓸어버리는거요."
대도소문주 제릭스가 자신있게 말한다.
"호오~ 무혼이란 녀석에게도 깨진 네 녀석이?"
"또 네놈이냐? 닥치지 않으면 내 칼 맛을 보여주마."
"넌 입만 살았냐? 자신있으면 어디 덤벼보라구."
"이 놈!"
이토우의 빈정거림에 제릭스가 열받아서 칼을 뽑아든다.
"지금이 우리끼리 싸울때요!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삼기백무가 호통을 치자 둘 다 멈칫한다.
"맹주가 안 계시는 때일수록 더 단결해야 하지 않겠소.
제릭스는 남문의 경비를 맡아 주시오. 바이드는 북문, 박근성은 서문,
난 동문을 맡겠소."
"이봐, 난 할거 없나?"
삼기백무의 지시가 끝나자 이토우가 또 빈정대며 말한다.
"귀하는 그냥 쉬시구려. 어차피 말해도 안 들을 거잖소."
"하핫! 역시 영리해. 그래 알았다구, 난 그냥 쉬지."
지시를 끝내고 막사 밖으로 나오며 삼기백무는 혼자 생각한다.
<후우...걱정은 걱정이로다. 마교에 사파까지... 어찌할꼬...>
모두를 염려시키느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상 걱정되기는
삼기백무도 마찬가지였다.


"뭐라고요? 맹주도 안 계신 이 때에 아방궁주마저 떠나신다니요?"
게닛츠 대신 임시로 맹주를 맡고 있는 하림성주 하백이
아수라의 출맹 소식에 크게 놀라며 말한다.
"떠나는게 아니외다. 사파인들이 떠나 우리 세력이 크게 줄지 않았소이까?
우리 세외문파들에게라도 힘을 빌려야하지 않겠소?"
"허나..."
"걱정하지 마시오. 남천회주를 설득해 볼테니..."
"세외문파들이 무림맹에 힘만 실어준다면..."
"그럼 다녀오리다. 크로우, 가자!"
"예! 형님."
떠나는 아수라 일행을 보며 하백이 탄식한다.
"큰 일이로다. 맹주는 출타중인데다 사파마저 마교에 붙었고...
이제 믿을 건 세외문파 뿐이란 말인가..."


여기는 남천회.
남천회주인 자웅쌍패는 어떤 사내와 마주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네의 문주가 우리 남천회의 힘을 빌리고 싶어한다?"
"예, 이번일만 잘 되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드리겠다 하셨습니다."
"허나, 마교에 사파까지... 거기다 부활한 사신이라..."
"설마 천하의 남천회주께서 겁먹으신건 아니겠지요?"
"뭐라!"
"송구합니다. 남천회주께오선 천하가 다 아는 영웅이시온데 제가
말 실수를 했습니다."
"영웅이라... 듣기 싫진 않은 말이로군. 어디 자네 문주의 계획을 들어보세."
그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일이 잘 풀리는걸. 남천회주는 너무 단순하단 말야, 크크큭.>
달빛에 비치운 그 사내의 얼굴... 가이델 이었다.


ㅡ<10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