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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니. 본명 이윤세. 1985년 1월생. 용인 토월초등학교, 수지중학교를 나와 올해 초 제천여고 졸업. 소녀에서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최근의 '귀여니 논쟁'은 그가 여고시절 인터넷 공간에 쓴 몇편의 소설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데 이어 어렵다는 대학 특기전형에도 합격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는 지난달 200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성균관대 예술학부에 특기생 전형(연출 전공)으로 합격했다. 귀여니와 성균관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외계어와 이모티콘을 소설 속에 남용해 한글을 파괴한 장본인을 대학에 합격시킬 수 있느냐"고 힐난했다. 성균관대는 졸지에 네티즌들에게서 '성귀연관대'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일요일이던 지난달 30일. 경기도 수원의 한 백화점 커피숍에서 귀여니와 부친 이성운씨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귀여니의 작품 [그놈은 멋있었다] 1, 2권을 구해 읽었지만, 처음에는 솔직히 마음이 불편했다. '외계어'로 불리는 통신용어와 끊임없이 눈길을 방해하는 이모티콘들이 우선 거슬렸다. 욕설이나 비속어도 잦았다.
그러나 점점 책장을 넘길수록 의외로 아기자기한 읽을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틴 성장소설' 정도로 생각하면 자녀를 둔 어른들도 충분히 읽고 참고할 만하겠다는 느낌.
-대학 합격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마음 고생 안했나요?
"그래도 올해 4월께 '안티 귀여니'들이 나타났을때보단 덜 괴로웠어요. [그놈은 멋있었다]가 오프라인 소설로 나오자 막 공격을 해대는데... 많이 울기도 했죠. '나를 인정해주길 바라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쁜 사람으로 몰지도 말아달라. 피기도 전에 싹부터 자르지 말아달라'고 하소연도 했고요. 그 때에 비하면 이번 합격 시비는 오히려 담담하게 넘긴 편이에요. '소설 덕분에 대학갔다'라고 저를 비난하는 분들 입장은 이해해요. 사실 근본적으론 학교 성적이 안되면 도저히 대학에 갈 수 없는 지금의 교육제도가 문제 아닌가요?"
-왜 굳이 대학엘 가려고 결정했습니까?
"고등학교 땐 글 쓰느라 너무 바빠서, 공부와 글 둘다 놓치느니 한가지에만 충실하기로 했어요. 근데 졸업하고 나니까 친구들은 다 대학가고... 나도 평생 인터넷 상에서만 글을 쓸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어딘가에 소속돼 더 많이 배우고, 그걸 바탕으로 더 잘 써보자, 그렇게 생각했죠."
지난해 12월 [늑대의 유혹]을 시작으로 [그놈은...] [도레미파솔라시도] 등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출간된 귀여니의 소설책 3권은 모두 90만부 가까이 팔려나갔다. 이달 중순에는 신작 [내 남자친구에게]가 나온다. [그놈은...]은 중국어, 일본어판으로도 출간될 예정이고, 작품 3편([그놈은...] [늑대의 유혹] [내 남자친구에게])은 영화로 만들어진다. 바탕에는 인터넷상에서의 엄청난 인기가 깔려있다. 무엇이 이런 인기를 낳았을까. 귀여니의 문장수업이나 독서체험은 어느 정도일까.
-자기 글이 왜 많이 읽힌다고 생각하죠?
"우리 또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남자주인공도 10대 여자애들이 꿈꾸는 이상형이어서 대리만족 같은 걸 주었나봐요. 소설속의 키스 묘사니 같이 잤느니 안잤느니 하는 대목들도 다 실제 얘기들이에요."
-그래도 '생X랄을 떤다' '씨X년' 등은 책에 담기엔 곤란하지 않나요?
"지금이라면 그런 표현을 쓰고 싶어도 못쓸 거예요. 사실 인터넷에 연재할 땐 출판을 의식한 것도 아니고, 그냥 흥미 위주로 쓰기 시작한 거였어요. 아주 솔직하게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물론 후에 (국어 파괴 논란이 일면서)반성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내 남자친구에게]에선 외계어를 없앴고, 이모티콘도 많이 자제햇지요. 하지만 이모티콘 자체를 아예 없애는 건 인터넷 소설의 묘미를 잃어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글은 언제 쓰기 시작했지요? 감명깊게 읽은 책도 소개해 주고.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서 글쓰는 걸 친구랑 노는 것보다 더 좋아했어요. 중학교 시절엔 내가 해보지도 않은 사랑, 이별 등에 관해 글을 써서 친구들에게 주곤 했지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좋았어요. 고 2때 국어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박경리님의 [토지]도 감동이었고요. 학교에서 추천한 소설 중에는 불우하게 산 이상의 [날개]가 제일 맘에 들어요. 요즘엔 [가시나무새]랑 [여자의 일생] 같은 소설을 읽고 있어요."
-대학생이 되면 다시 인터넷 소설 쓸 건가요?
"한 3,4년간은 글을 못쓸 것 같아요. 더 많이 배우고, 용기를 얻고, 사람들 입에 덜 오르내리게 되면 그때 가서 탁, 하고 글을 터뜨리고 싶어요. 솔직히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쓰던 고3 겨울부터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들을 자판에 옮기려 하면 자구 망설여지곤 했어요. 차라리 귀여니 아닌 다른 이름으로 올리고 싶더라고요. 더 공부한 후에 저급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한 글들을 쓰려고 해요. 이젠 고교생도 아니고, 경험도 다 바닥났다는 느낌이에요. 앞으로 많이 체험하고, 교양이랑 지식을 쌓아야겠어요.
-본격문학, 순수문학을 해볼 생각은 없습니까?
"너무 어렵잖아요. 순수문학은 뭐든 딱 보고나서 생각을 많이 해야 되잖아요. 우리나라 작가분들은 사상이 깊어서 그런지 거기(사상)에 많이 빠져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잖아요."
어린 나이에 인터넷 문학의 가능성과 본격문학 위기론, 한글파괴, 수시입학 기준 논란 등등 '논쟁의 바다' 에서 너무 많이 시달린 경험 때문인지 귀여니는 선입견과 달리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다. "너무 어려워서" 순수문학은 하지 못할것 같다는 그의 대답은 어쩌면 한국 문단에 대한 일침일지도 모른다. 요즘 고교생들에겐 순수문학이 거꾸로 '외계어'란 말인가.
-한때 국악인이 되려고 했다는데, 원래 장래 희망은 무엇이었지요?
"어릴 때는 개를 좋아해 수의사가 돼 애견센터를 운영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중3 때부터 국악(경기민요,남도소리)을 배우다 보니 국악인이 될까 하고 맘먹기도 했지요. 고2 때도 (충북)대회에 나가 남도민요로 은상을 받은 적도 있거든요. 대학에 가면 꼭 국악동아리에 가입할 거예요. '성주풀이'하고 '꽃타령'이 특히 자신있어요. 한 10년쯤 후엔... 저는 가정주부이면서 프리랜서로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겁니다."
-아직 이르지만, 혹시 어떤 남자랑 결혼할 거라고 생각해봤나요?
"제가 존경할 만하고,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많은 남자가 좋아요. 그렇지만 결혼은 나에게 헌신적이고 자상하고 살림 잘하는 남자랑 할 거예요. 남자 사이에서 인기많은 남자는 여자 속을 썩인다면서요."
-책이 많이 팔렸으니까 인세도 꽤 될 텐데, 의미있는 곳에 돈을 써보기도 했나요?
(귀여니는 "돈은 아버지가 알아서 하신다"고 했고, 부친 이씨가 대신 대답했다)"금액을 밝히긴 어렵지만 딸의 모교(제천여고)에 발전기금을 내놓았고, 인터넷 소설 사이트 '이야기 바다(www.iyagibada.com)'에 소설 현상공모 비용으로 1천만원 가량을 후원했습니다. '이야기 바다'엔 벌써 2천여명이 소설을 연재 중인데, 우수작을 뽑아 내년 2월께 시상할 예정이지요."
-요즘 예비 대학생으로 많이 설렐 텐데
"솔직히 기대보다는 불안이 더 커요. 10대 때는 어리니까 용서가 되지만 이젠 다르잖아요. 제 말이나 행동에도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게 어른이겠죠?"
사실 기자가 귀여니의 이름을 처음 안 것은 둘째아들(중1)이 [늑대의 유혹]을 사달라고 졸라서였다. 인터뷰 전에 읽은 [그놈은...]도 아들의 책꽂이에서 빼온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귀여니 논쟁'은 왜 그의 작품들이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들을 '감동' 시켰는지를 살피는 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노재현 기자 jaiken@joongang.co.kr
- 에센스 명대사 추출 -
1. 그러나 점점 책장을 넘길수록 의외로 아기자기한 읽을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 기자분은 '꽃보다 남자' 를 안 보신 것 같습니다.
2. 사실 근본적으론 학교 성적이 안되면 도저히 대학에 갈 수 없는 지금의 교육제도가 문제 아닌가요?
-> 제도의 문제점을 방패삼아 자신의 글이 '소설'이라고 주장하는 귀여니양의 당당함.
3. 우리 또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썼기 때문인 것 같아요.
-> 10대의 이야기는 개나소나 다 꽃보다 남자인가봅니다. 죽어도 꽃보다 남자 얘기는 안 하는군요.
4. 이모티콘 자체를 아예 없애는 건 인터넷 소설의 묘미를 잃어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 세기의 명언, 이 한마디로 이우혁씨, 전민희씨, 이영도씨를 비롯한 이른바 '인터넷 소설 1세대' 분들은... 더 이상 말하기 싫으므로 생략...
5.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좋았어요. 고 2때 국어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박경리님의 [토지]도 감동이었고요. 학교에서 추천한 소설 중에는 불우하게 산 이상의 [날개]가 제일 맘에 들어요. 요즘엔 [가시나무새]랑 [여자의 일생] 같은 소설을 읽고 있어요.
-> 정말 저 작품들을 다 읽었음에도 당당한 걸 보면 정말 용감합니다, 그녀는.
6. - 본격문학, 순수문학을 해볼 생각은 없습니까?
"너무 어렵잖아요. 순수문학은 뭐든 딱 보고나서 생각을 많이 해야 되잖아요."
-> 간접적인 무뇌 인정이라고 봐도 좋겠군요, 할 말 없습니다.
7. "너무 어려워서" 순수문학은 하지 못할것 같다는 그의 대답은 어쩌면 한국 문단에 대한 일침일지도 모른다. 요즘 고교생들에겐 순수문학이 거꾸로 '외계어'란 말인가.
-> 기자분의 명대사, 이런 걸 보고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그러는 겁니다.
8. 한 10년쯤 후엔... 저는 가정주부이면서 프리랜서로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겁니다.
-> ... 말세로다.
9. '귀여니 논쟁'은 왜 그의 작품들이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들을 '감동' 시켰는지를 살피는 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기자분의 두 번째 명대사, 이걸로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은 귀여니의 소설에 '감동' 된 걸로
도매금 취급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 여러분들.
네이버의 블로그 싸이트 유감君의 초절망상 싸이트에서 퍼온글...을 다시 제가 Ujoa에서 퍼왔습니다. (빠각!)
자 이제 질문.
당신은 청소년입니까?
....대략 명대사 확정 =ㅅ=
뇌 빠진 외계인 녀석아, 그게 바로 문학이라는 거다.
바로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게 되기에 사람들이 문학을 즐기는 거 아니었더냐?
'문학은 마음의 양식' 이라는 관용어가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닐텐데?
"난 생각 안하는 문학이 좋아요" 라는 말과 "난 화음없는 클래식 음악이 좋아요" 라는 말이 뭐가 다르단 말인가? 아예 국물없는 청국장을 마시겠다고 하지 그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