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03-01-03 22:03:18 / IP Addr: hidden적들의 무차별적 공격과 혼신을 다한 아군의 대응이 밀고
밀리는 공방전을 펼치고 있을 무렵, 갑자기 지통실에서 뜻밖의
명령이 전해졌다.
"전 질롯부대는 아군 방어진 전방에 집결하라!! 즉시 집결하
라! 그리고 퇴각했던 아비터기는 전방으로 이동, 명령에 대기
하라!"
이번엔 또 무슨 생각으로 교전중에 있는 질롯들까지 방어선
앞으로 불러모으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지통실의 이해할 수 없는 지시사항에 정작 당사자인
질롯들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적들의 피와 체액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황급히 방어선 앞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투타타타타!!! 지금 병력을 빼면 어쩌겠다는 거야? 투타타타!!
이거 원.... 손발이 맞아야지.. 투타타타"
숨돌릴 틈조차 없이 급박한 상황이었음에도 톰슨은 몹시 불
만스럽다는 듯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그도 그럴 것이,
적들과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질롯들을 불러들인다는 것은
바로 뒤에서 그들을 엄호하고 있는 우리 머린들에게 더욱 큰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우리는 또 다시 프로토스 군의 놀라
운 전술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 여기는 지통실!! 출동한 아비터는 아군 질롯부대에게 스테이
시스 탄을 즉시 발사하라."
"우르르 콰쾅!!! 빠지직!! 지지직!! 쩌억!! 콰쾅!!"
"크악! 크악! 컥!! 크악! 크악!!!!"
오! 이 믿지못할 광경이여!
아군 아비터가 스테이시스 탄을 적군이 아닌 아군에게 발사
할 때부터 적잖이 놀라고 있던 나였지만, 갑자기 천둥이 치는
듯한 엄청난 소음과 함께 적들의 머리 위로 벼락처럼 번쩍이
며 작렬하는 전기파장을 발견하고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그대
로 주저앉고 말았다.
믿을 수 없는 그 초자연적 힘의 정체는 바로 하이템플러라
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만들어낸 에너지 파동이었다. 그동안 말
로만 들어왔던 이 가공할 신비의 존재들은 밤하늘을 대낮처럼
밝히며 적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전기 파장이 닿
을 때마다 적들은 사방으로 피를 내뿜으며 이내 몸이 으스러
지더니 잘려진 고깃덩이처럼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프로토스! 정녕 그들은 말 그대로 고도로 진화된 종족이었
다. 수 없이 밀려드는 적들을 차단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술
로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듯, 마브라크 사단장은 아군
에게 스테이시스 필드를 걸어 적들의 진입을 차단하고 그 차
단막 너머로 하이템플러의 가공할 사이오닉 스톰을 방사케 한
것이다. 사령관 마브라크! 그가 우리 테란 진영의 엘머 장군과
견줄 수 있을 만큼, 비상하고 유능한 지휘관이라는 사실을 깨
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빠지직!! 빠지직!! 쩌저적...쿠릉!!! "
"크악!! 컥!! 크악!!!"
"여기는 옵저버 3호기! 적 히드라 리스크들이 일제히 몰려들고
있다!! 지통실!!"
다시금 적들이 성난 이리떼처럼 일제히 밀려들고 있었지만,
하이템플러의 가공할 사이오닉 스톰의 위력 앞에서 이미 적들
은 한낱 포악한 짐승들에 불과했다.
지금껏 이 마브라크 사단이 건재할 수 있었던 진정한 이유
도 바로 아비터와 하이템플러와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버티
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놀
라움을 추스리고 있을 무렵,
"지통실!! 여기는 항공편대! 적 항공편대가 퇴각하고 있다. 적
편대를 추적하겠다!"
"여기는 지통실! 추적을 불허한다!! 전 아군편대는 즉시 기지
로 복귀하라!!"
육상군의 대패(大敗)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꼈는지 적
항공편대들이 퇴각하고 있다는 낭보까지 날아들기에 이르렀다.
승리였다. 고도로 진화된 프로토스 종족의 신비한 능력에 힘입
어 아군은 철옹성 라마쿠나를 함락시킨 강위력한 적 대군(大
軍)을 맞아 결국 소중한 승리를 쟁취해낸 것이다. 전략적 요충
지인 라마쿠나를 잃은 아군으로서는 마브라크 전진기지의 사
수야 말로 그 어떤 승리보다 값진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내게는 그 어떤 전투 보다도 뼈저린 아픔을 남게 한
비운의 전투이기도 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를 잃어야
만 했던 쓰라린 전투였으니 말이다.
잘가라는 마지막 인사와 아쉬운 이별의 몸짓조차 가슴찢는
비명과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대신 해야만 했던 나의 벗 마크!
그러나, 그렇듯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한 그였지만 오히려 지금
이 순간 그 어느때 보다도 그는 자유로울지 모른다. 언제나 하
늘을 날고 싶어 했던, 그래서 꼭 레이스 조종사가 되고 싶어했
던 마크는 지금 쯤 저 넓은 하늘 어딘가에서 미소지으며 자유
롭게 훨훨 날아다니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행복한 미소
로 내려다보며 내게 손짓하고 있을지도...
나의 벗, 마크. 암흑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빛나는 밤 하늘의
저 별들처럼 그는 나의 기억속에서 언제까지고 영원히 살아있
을 것이다. 따스한 미소와 선하고 온화한 눈동자 그리고 호탕한 그의 웃음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