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본건 학교앞에서 였다..

그는 거지같은옷차림에 빨간색 망토같은걸 목에 두르고있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에 남자였다

보면 꼭 슈퍼맨이 떠 오르는 모습이였다..

그는 누구나봐도 꼭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사람은 맨날 길거리를 다니며 직접 쓴글이 담겨있는

전단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잇었다

사람들은 재수가 없다는듯이 전단지를 받자마자 그냥 버리고 했다

길의 쓰레기통에 보면 슈퍼맨에게 받은 전단지들 뿐이였다

그 전단지에는 모든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해내겠다는

이상한 글들이 써있었다

몇일후 난 또 그를 볼수 있었다

깡패처럼보이는 남자 6명정도에게 둘러싸여있었다...

그는 깡패에게 담배를 폈으면 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려야지'이러면서

큰 소리로 깡패에게 말했다..

깡패는 재수없다는듯이 욕을하며 그사람을 막 때리기 시작했다

주위에 사람은 많았지만 아무도 그들을 말리는사람은 없었다

나또한 혹시나 맞을까?하는 두려움에 끼어들지 못했다.

그날밤 난 친구와 배가고파서 분식집에 잠시 들렸다

거기에는 그슈퍼맨이 오뎅국물을 마시고는 잘먹었습니다라고 하며

분식집을 나가는것이였다..아줌마는 그에게 배고프면 언제든지 와요 돈안받

을테니깐이라며 말을하는것이였다..

나는 아줌마에게 물어보았다.

아줌마 금방 나간사람 아세요?

잘 알지 참 불쌍한 사람이야

정신이 이상하긴해도 참 착한사람이지..

나도 첨에는 저사람이 그사람인줄은 몰랐었어...

한달전쯤이였을꺼야 저녁에 가게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큰소리로

꽝~하는 소리가 났었어 그래서 나가보니 엄청큰 트럭에 소형차가

깔려 뒤집혀 있는거야

그 뒤집힌 소형차안에서 피범벅이 된 아까 저사람이 기어나오는거야

그는 차안에 탄 부인과 7살정도로 보이는 딸을 살릴려고했지

도와달라며 소리도 쳤지만 사람들은 차가 폭팔할까하는생각으로

곁에 가지도 못했지..그사람은 울부짖으며 딸과 부인을 꺼내려 했지만

그사람힘으로는 도저히 안됬었지..나중에야 사람들이 가서 도와줬지

그래도 차는 꿈쩍도 안하는거야.. 차안은 넘 끔찍했어

부인은 온몸이 피투성이로 기절해있고 딸은 살아있었어..

딸이 마지막으로 이런거야

"아빠 나 너무 아파... 아..갑자기졸려..나 조금이따가 꼭 깨워줘.."

이게 끝이였어..나중에 구급차가 왔지만 벌써 딸과 부인은 죽어있었어

그사람만 살아남은거지 그사람은 가족이 자기 눈에서 죽는걸 보고

정신이 이상해져 버린거일꺼야..쯧쯧 아직도 생각하면 너무 불쌍한 사람이
야..

아줌마는 예기를 하면 훌쩍훌쩍 거리셨다.

그 슈퍼맨의 과거를 들으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됐구나...

사랑하는 가족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에

"슈퍼맨" 이라는 초인의 모습으로 미쳤구나..


그래서 나눠주던 그 유인물에도

죽음에서 구하겠다는 말이 있었고...

그 사람이 이상해져버린 이유를 들으니

너무 안 됐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 아픈 과거를 가진  슈퍼맨의 모습을

또 다시 본 것은 며칠 후였다.

그날도 술자리가 있었다.

과음때문에 몸도 안좋고 해서, 9시쯤 일찍 자리를 나섰다.

밖에 나오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았다.

다가가보니 귀에 익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들아,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다니,

오늘 슈퍼맨에게 뜨거운 맛좀 봐라!"

사람들을 헤치고 보니

보자기를 두른 괴상한 모습의 사람이

깡패같이 보이는 사람들 서넛에게 둘러쌓여 있는 것이었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에게 영문을 물어보았다.

"저사람들이 깡패같은데 술에 취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 괴롭히고

상점 유리창 깨고 돌아다니는 거예요.

그러다가, 길 가는 여자를 잡아 길거리에서 희롱하는데,

저 사람이 나타나 말린 거에요..

이럴때 경찰은 어디가서 뭐하는 거야..."

깡패들은 사람이 모여들었지만 술도 많이 취한 상태고

이상한사람에게 당한 것이 창피하고 기분 나빴는지

오늘은 그냥 순순히 넘어갈 기세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그 사람은 그 깡패들에게 둘러싸여

몰매를 맞기 시작했다.

땅바박에 눕혀져, 구둣발로 발길질까지 당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수십명의 구경꾼이 있었는데

말리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뒤에서 나쁜사람들이라고 수군거릴뿐...

깡패들이 폭행을 끝냈을때,

그 정의의 수호자는 엄마 뱃속의 태아처럼

머리를 감싸 안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깡패들이 살기를 띄며, 그 자리를 떠날때까지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 없었다.

나는 또 그처럼 부끄러움을 느낀적이 없었다.

그 자리에 나서기가 부끄러웠을까...

아니면 깡패들에게 맞을까봐 두려웠을까...

여하튼 나는 그 불의의 현장을 보고도

글자 그대로 구경꾼 노릇만 한 것이다.

정의를 외치던 사람은 개 패듯이 맞고 이상한사람 취급받고...

또 아무도 항의하거나 막지 않는 것을 보니..

젊은이로써 그냥 보고 있었다는게,

심한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구경꾼들은 신음하는 그 사람을 그냥 두고 흩어졌다.

말로만 깡패들을 욕하면서...

나는 쓰러져 있는 그 사람에게 부축해 주려고 다가갔다.

그러나 그 사람은 온 몸에 심한 멍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부축하려는 내 손을 사양하고 절뚝거리면서 저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심한 부끄러움과 슬픔을 느꼈다.

그는 비록 이상한사람이라 할지라도,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말할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반면에 우리들은 제정신인데도

그런 불의에 항거하지 못했다.

자기들만의 안위를 위해서...

절뚝거리며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고독의 내음이 진하게 느껴졌다.

미쳐서 소외된 사람의 모습에서 나온 고독이 아닌

불의에 혼자 항거하며 따돌림당하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자의 고독감은..

그 사람의 상처가 되었을것이다.



며칠을 그냥 보냈다.

그러다 우연히 그의 숙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늦어 지영이를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오래간만에 지하철을 타려고 역에 가는데,

절뚝거리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도 지하철역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지영이를 재촉하면서, 그 사람 뒤를 쫓았다.

마침 그사람은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처음엔 그 사람도 지하철을 타는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은 인적이 드믄 구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꺼림직해하는 지영이를 데리고

몰래 그 사람 뒤를 밟았다.

그 사람은 구석에서 남의 눈을 피해 기거하는 모양이었다.

헤진 가방 하나와 물통, 그리고 더러운 담요가

그의 살림살이 전부로 보였다.

그는 상처가 아직도 고통스러운지

움직일때마다 신음소리를 내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는 몸을 뒤척이며,

그래도 덜 아픈 자세를 잡고, 헤진 검은 가방을 뒤적이며

뭔가를 꺼내더니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사진 같아 보였다.

아마도 죽은 부인과 딸아이의 사진이었을까.

그는 그 사진을 가만히 보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구경하던 지영이도

그 사람의 굵은 눈물에 호기심을 느꼈는지,

소리 없이 그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사진에 대고 말을 했다.

"여보, 거리를 지키는 것이 힘들구려...

그렇다고 걱정말아요...

나는 꼭 힘없어 고통받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기로 당신과 약속했잖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만두지 않을테니까...

지혜야, 아빠 잘 봐라..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혜 너 같은 아이는 내가 지켜줄께..

혹시 내가 힘들더라도 항상 옆에서 도와줘..


그 뒷말은 지하철 소리때문에 못 들었지만,

그의 말에 나는 눈물을 흘릴 뻔했다.

가족을 잃은 가장의 슬픔은

그 사람이 정신이 이상하다 해도 진실해 보였다.

나는 그 사람이 오붓하게 가족과

시간을 보내길 바라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지영이는 그 사람의 넋두리와 나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보였다.

잠깐동안 나는 그 사람의 불행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지영이에게 그 슈퍼맨에 대한 얘기를 모두 들려 주었다.

지영이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앞으로 그 사람에게 과연 행복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사람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수업이 일찍 끝나, 오랫만에 후배들과

당구나 칠까 하고 학교 밖을 나설때였다.

큰 길에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교통사고가 나는 것이 보였다.

추돌사고 였다.

버스가 급정거하는 앞 택시를 피하지 못해 뒤에서 박았다.

그 택시는 어마어마한 힘에 밀려 앞차를 타고 넘어 뒤집혔다.

택시의 천장은 완전히 납작해졌고,

위에는 기름이 흘렀는지 불이 붙기 시작했다.

택시 안에 있던 사람이 손을 밖에 내밀고

구해달라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불붙은 택시가 터질까봐 접근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로 절뚝거리며 한 사람이 뛰어나왔다.

설마했는데, 바로 그 우스꽝스러운 복장의 슈퍼맨이었다.

그 사람은 전혀 머뭇거림도 없이 불이 붙은 택시로 다가가

뒤집힌 택시를 들어 올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처음에 저 사람 좀 봐라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서도..곧 터질것만 같은 택시에도,

개의치 않고 온 몸을 기대어 그 택시를 들어올리려 했다.

불은 벌써 택시를 달구웠는지,

택시를 잡은 그의 손이 지글지글 타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손에 고통을 잊었는지, 아니면 참고 있는 것인지,

택시를 들어올리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비웃는 사람들도 그런 그의 모습에 차츰 감동이 되어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을 바라는 분위기로 변했다.

그 순간만이라도 그가 진짜 슈퍼맨처럼

그 택시를 들어올려 주길 바라기 시작했다.

택시의 불은 점점 거세져, 그 사람의 옷에도 옮겨 붙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걱정과 경악의 비명을 지르며

그의 투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자기몸에 붙은 불에는 신경 안쓰고

오직 뒤집혀진 택시만 들고 있었다.

그 순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한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들수 없는 택시가

그 사람에 의해서 조금씩 들리는 것이었다.

이제 택시와 그 사람의 몸에 붙은 불은

거의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택시를 들어올렸다.

이윽고 그가 가슴까지 택시를 들어올리자,

그 밑에 깔려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중에는 택시 운전사와 한 가족이 타고 있었는데

그 사람의 죽은 딸 또래의 여자애도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무사하게 기어 나오자,

마치 최면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그 기적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치면서

그 택시쪽으로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이제 온몸에 불이 번졌다.

마치 분신자살을 기도한 사람처럼...

모든 사람이 안전한 곳으로 피하자

그 사람은 자기 할일을 끝 마쳤다는 듯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순간 가슴에서 뭔가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정신없이 가까운 가게에 들어가서

점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화기를 들고

쓰러진 그에게 달려 갔다.

소화기로 그에게 붙은 불을 껐다.

그리고 택시에 붙은 불도 대충은 잡았다.

내가 불을 끄자 사람들이 모두 그 사람 곁으로 다가갔다.

그 사람은 누가 봐도 가망없이 보였다.

온몸은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주위는 살타는 냄새가 가득 찼다.

보기에 흉칙할 정도로 처참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탄 얼굴에서 이상하게도

행복한 웃음을 볼 수가 있었다.

분명 그의 얼굴은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자기 가족과의 약속을 이룬 사람처럼...

그 슈퍼맨은 자기의 생명과 맞바꾸며

믿기지 않는 기적을 일으켜 네명의 생명을 살려냈다.

거기에는 자기 딸 또래의 여자애도 있었다.

그 슈퍼맨을 둘러싼 우리들 사이로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누가 말 안해도 그 침묵의 의미는 서로들 다 알고 있었다.

경외심과 부끄러움의...

우리들에게 이상한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그 사람은

진정한 슈퍼맨이었던 것이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똘똘 뭉친 우리들에게

희생이 뭔가를 보여준 슈퍼맨이었다.

나는 쓰러져 있는 진정한 우리들의 슈퍼맨의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을 이렇게 이끈 것은

가족을 구하지 못한 자책감의 보상이었나..

아니면 개인주의로 무장한 우리들에게 내리치는 호통인가...

내 뒤에선 소화기 마음대로 썼다고 보상하라는

구두가게 주인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슈퍼맨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보라..진정한 용기와 삶은 이런거다 라고 말하면서...

그 일은 그 이후 며칠동안 많은 사람들의 화젯거리였다.

허나 슈퍼맨의 숭고한 희생보다는

택시를 들어올린 그 괴력이 중심이었다.

그리곤 곧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그 현장을 목격했던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하는 얘기꺼리로

가끔씩 회자되기도 하였다.

어느 정신나간 슈퍼맨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나도 우리의 슈퍼맨의 이야기를 차츰 잊어갔다.

하지만, 때때로 불의가 자행되거나,

우리가 이기적인 생각에 몸을 사리고 있을때면,

한번쯤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우스꽝스럽지만...

정의와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늠름한 그 슈퍼맨의 모습을 또 한번 기대해 보면서...


출처: http://www.1003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