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MS 인가.
여러가지 이유로 인형 병기는 현실세계에서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건담의 세계관에서 MS. 즉 인형병기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해 주는 이론이 미노프스키 입자의 존재와 이에 따른 레이더 사용 불능의 전투에서의 MS 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레이더 사용 불능의 전투를 백병전으로 오해하거나 지상전에서의 인간형 병기의 우세마저 이 이론을 사용해서 설명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떻게 해서 미노프스키 입자의 존재가 MS 와 관계되고 그 사용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전체적 내용은 대부분 우주 전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상전에 관해서는 따로이 밝히고 설명하게 됩니다.
1. 미노프스키 입자하에서의 전투 양상
미노프스키 입자의 특징 중 하나인 특정 파장의 전자파 차단 - 혹은 흡수 - 는 실전에서 레이더에 사용되는 파장의 전파를 차단시켜 레이더로 적을 포착하고 공격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레이더를 사용해서 적을 포착해서 공격하는 상황하에서는 적의 정확한 위치를 쉽게 알아낼 수 있고 시야거리 밖에서의 포격 - 미사일 전이 가능하게 됩니다. 연방의 전함들이 다수의 함포로 무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레이더가 먹통이 되고 나면 철저히 시각에 의존하는 전투가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모노아이와 같은 광학 센서가 있기는 하지만 미노프스키 입자가 없는 상황하에서의 레이더에 비하면 탐지 거리 및 정확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미노프스키 입자 살포 하에서의 전투는 필연적으로 교전 거리가 짧아지게 되고 장거리 공격을 위한 대함 미사일이나 고출력 빔포는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이같은 상황하에서 가장 효율적인 병기는 소형으로 고기동성을 갖추면서 가능한한 최대의 화력을 보유하는 병기가 됩니다. 바로 우주 전투기입니다.
2. MS 는 무엇인가.
가장 단순화 시켜서 이야기 하자면 MS 란 AMBAC을 사용하는 우주 전투기 입니다. AMBAC - 능동적 질량 이동에 의한 자동 자세 제어 - 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체의 무게 중심 바깥에 있는 질량을 관절을 사용해서 움직임으로서 자세를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이동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 주십시오. AMBAC 을 우주공간에서 헤엄치는 것으로 비유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굳이 AMBAC과 유사한 모습을 찾아 보시려면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선 안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모습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물론 우주 유영 중에는 우주 비행사들도 자세 제어용 부스터를 사용합니다만, 이는 현재의 우주복은 원활히 AMBAC 을 수행할만큼 유연하지가 못한데 그 원인이 있겠죠) 물론 그 '무게 중심 바깥의 질량' 이 굳이 사람의 팔다리 모양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손가락 관절 하나하나가 존재해야 할 필요도 물론 없습니다. AMBAC 이란 것은 인간형이라는 것과는 완전히 독립된 개념인 것입니다.
AMBAC의 장점은 관절의 움직임으로 자세를 제어함으로서 자세제어용 부스터에서 소비되는 추진제의 양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AMBAC 만의 자세 제어도 가능하지만, 실전에서는 AMBAC 과 자세제어용 부스터를 혼용해서 연료 소모와 자세 제어 사이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얻고 있습니다) MS 의 제네레이터에서 발전되는 전력과는 달리 추진제는 탑재량이 유한하고 일회성의 자원입니다. 따라서 추진제를 모두 소모해 버릴 경우 전투는 물론 기동 자체가 불가능 해 집니다. (추진제의 절약을 위해 캐터펄트까지 쓰는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추진제 절약의 중요성을 그만큼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AMBAC 을 사용할 경우 자세 제어용으로 나가는 추진제의 소모량을 줄임으로서 전투 가능 시간을 비약적으로 늘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같은 효과는 기체 중량이 늘어날수록, AMBAC 에 사용되는 질량이 클수록 더욱 커집니다. 기체 중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자세 제어용 추진제의 소모도 심해집니다. 개개의 기체에서 볼때 이는 그만큼 전투 지속 시간이 줄어듬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전체 군대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추진제 보급량이 늘어나야 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체의 중량이 늘어나는데는 한계가 있고 가급적 추진제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기체는 경량화를 추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AMBAC 을 채용할 경우 기체의 중량이 늘어나더라도 AMBAC 에 사용되는 질량이 같은 비율로 늘어날 경우 (관절을 움직이는 속도가 동일하다면) 동일한 속도로 자세 제어가 가능해 집니다. 따라서 자세 제어용 추진제의 사용량은, 중량이 증가하더라도 그다지 늘지 않게 됩니다.따라서 그만큼 중무장, 중장갑이 가능해 지고 이것이 기존의 우주 전투기들에 비해 AMBAC 사용형 우주 전투기, 즉 MS 가 압도적인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물론 AMBAC 에는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AMBAC 은 관절을 구동하는데에는 무한히 공급가능한 전력만이 들 뿐, 추진제가 들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한한 전력공급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 전투 가능 시간의 제한은 엄존하게 되고 결국 추진제 사용과 별반 다를바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건담의 세계관에서는 핵융합로는 충분히 소형이고 AMBAC 을 위한 동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습니다.
AMBAC 의 또다른 단점은 정밀한 자세 제어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물론 MS 들은 자세 제어용 부스터도 장비하고 있고 미세 제어는 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역시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관절부의 질량이 데드웨이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일단 AMBAC 에 사용되는 질량에 포함되어 있는 관절은 데드웨이트가 아닌, 기동에 도움을 주는 질량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 비판은 그만큼 타당성을 잃게 됩니다. 또한 AMBAC의 도입으로 인해 그만큼 자세제어용 추진제의 탑재량을 줄일 수 있고 자세 제어용 부스터의 용량도 줄어들면서 감소되는 질량도 있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는 충분히 무시가 가능하리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AMBAC 을 사용하는 우주 전투기인 MS 는 기존의 자세제어용 부스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주 전투기에 비해 전투 가능 시간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보급 체계에 그다지 부담을 주지 않고 중장비, 중장갑도 가능한 것입니다.
3. 굳이 인간형이여야 하는가?
물론 AMBAC 을 사용하는 우주 전투기가 인간형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AMBAC 사용형 우주 전투기는 0083에서 데라즈 군이 사용하는 드라-체와 유사한 외형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크게 간소화 된 형태로 말입니다. 팔의 관절은 사실상 사라지고 회전 포탑과 유사한 형태로 간소화 되고 하반신은 다축으로 움직이지만 단일한 관절로 움직이는 거대한 추진제 탱크 - 이 경우 추진제를 소모할수록 AMBAC 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치명적 문제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 가 됨으로서 데드 웨이트를 최소화 시키고 AMBAC에 필요한 질량을 확보하는 형태가 '가장 효율적인 AMBAC 사용형 전투기'가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물론 건담에서 MS 가 인간형을 갖추는 이유도 나름대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다용도 성입니다. 지온이 MS 를 개발하면서 목적한 다양한 작업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충분히 납득이 가능합니다.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는 물론 유중력하인 콜로니 내부의 제압작전에도 투입할 수 있는 - 퍼스트 건담의 첫장면에서 보여지는 사이드 7 침투 작전이 과연 우주 전투기로 가능할까요?? - 다목적성은 결코 무시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인구가 적고 상대적으로 숫적으로 열세일 수 밖에 없는 지온의 처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는 당연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3-1. 볼의 경우.
볼이야 말로 가장 현실적인 우주 병기다!! 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서 잠깐 언급해 보려 합니다. 사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요지는 우주에서 인간형은 그다지 특별한 효용이 없기 때문에 볼처럼 단순한 구조를 가진 '효율적인' 병기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몇가지 요건 - 효율적인 구동 관절, 이를 가동할 무한한 - 혹은 무한에 가까운 - 동력원 - 만 갖추어 진다면 AMBAC 의 효용은 명백합니다. 오히려 볼이야 말로 위에서 언급한 자세 제어용 부스터에 의존하는 우주 전투기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겠죠.
4. 지상에서의 MS 운용.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에서 MS 는 '우주 전투기로서'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에서의 운용은 어떨까요?? 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인형 병기 무용론은 꾸준하게 주장되고 있고 그 설득력도 상당합니다. 사실 저도 자상에서의 인형병기 사용은 위에서 든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담의 세계관에서 지상에서 MS 가 운용되는 이유는 일종의 시대 격차 때문입니다. 건담의 세게관에서 지상 병기들은 수십년째 발전이 멈추어 있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병기를 개발할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 일년 전쟁 전까지 연방이 느낀 지온의 군사적 위협이란 것이 지극히 미약했고 그나마도 우주에 한정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죠 - 기존 병기의 개수만이 부분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 상황에, 최첨단의 기술력이 집약된 MS 의 등장은 혁신적인 것이었습니다. 물론 MS 에 적용된 각종 기술들을 전차에 적용한다면 전차로도 충분히 MS 에 대적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우세를 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MS 라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병기 패러다임 아래서 전차라는 기존의 병기 패러다임은 포기되고 연방도 MS 제작으로 지온에게 맞서게 됩니다. 더구나 당시 활발한 기술 발전이 계속되고 있는 MS 쪽은, 불과 몇년만에 전차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만능 병기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전차가 여기에 낄 틈은 없었던 것입니다.
5. 결론
이처럼 MS 는 우주 전투기의 발전형으로서 시작된 병기였습니다. 미노프스키 입자의 사용으로 인해 유시계 전투가 일반화 되면서 우주 전투기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MBAC 의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우주 전투기와는 차원이 다른 중무장, 중장갑을 두른 MS 는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또 인간형으로 제작되면서 효율은 약간 감소했지만 그만큼 다양한 전투 상황에 대응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지상전에서도, 구조적으로 전차 등의 병기에 비해 불리함을 안고 있는 MS 였지만 수십년간 발전이 멈추어 있는 기존의 병기를 최신의 기술력으로 제압하고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병기로 발전하면서 전장의 왕자가 된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설명은 분명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건담의 세계관에서나 해당될 특수한 배경 상황에 기인하는 부분도 크고 무리한 설명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제 자신도 미래에 인간형 병기가 전장을 주름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가능하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건담의 세계관이 가진 치밀한 설정의 힘이 아닐까요??
브라이트가.
후기 :
휴우. 오랜만에 큰 짐을 던 느낌입니다. 건담에 입문하고 난 후 한번쯤 써 보고 싶은 주제였고, 개요를 잡은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갑니다만. 이제야 한편의 글로서 완성을 보게 되는군요. 다른 분들께서는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나름대로의 체계를 잡고 있으실 내용이기는 합니다만. 아직까지 이런 쪽의 글은 보지 못했기에 제가 부족한 지식으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곳곳에 헛점이 보이고 더욱 자세한 해설이 이루어져서 사실상 그 가치를 상실한 연방 정부 간략사 처럼, 이 글도 많은 비판을 받고, 보충을 받아서 언젠가는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001.03.29. 브라이트가.
출처:http://www.gundamlab.com
위 사이트의 주인장이신 '브라이트'님이 올리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