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의 여주인은 마당에 온갖 꽃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나른한 오후, 꽃들과 대화하기를 즐겻습니다...
꽃은 그녀에게 향기를 주었고, 꽃은 그녀에게 명상을 주었습니다.
그녀의 마당에 핀 꽃들은, 바람이 불면 조용히 바람에 흔들리고, 비가 오면 그 비를 맞으며 언제나 그녀곁에 있었습니다...
그런 꽃들이기에 그녀는 꽃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세상에 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눈을 즐겁게 해주고, 향기를 주는 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엔 없을 거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습니다...
꽃의 향기에 취해 이웃집과의 교류조차도 없던 그녀였습니다.
어느날인가 꽃에 앉았던 나비가 담장을 넘어 이웃집으로 날아가는걸 보다가 그만 담넘어 이웃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충격과 전율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이웃집 내외가 마당에 핀 꽃들을 꺾고 있는것을 보게된 그녀는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마당에 있는 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아름다운
저꽃을...댓가없이 향기를 주는 저 꽃을...마음에 평화를 주는 저꽃을 꺾을 수 있는것인지...그녀는 충격속에 휩싸였습니다.
그녀는 당장 그녀의 2층집 베란다로 올라가서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온동네가 다 떠나갈듯 ...
"동네 사람들~! 정말 큰일이 났습니다... 우리동네에 야만인이
살고 있어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사랑스럽고, 말없이 우리에게 향기를 주는 아름다운 저 꽃을 제 이웃집 야만인들이 지금 꺾고 있어요. 그것도 흉칙스러운 가위로, 무자비하게 꺾고 있어요. 그들은 야만인에다가,
꽃들의 괴로운 비명소리도 외면하는 몰인정한 사람들이예요.
사람들은 웅성웅성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큰일이 났나하고 그 집앞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영문을 모르던 이웃집 내외가 대문밖으로 나오자, 꽃을 사랑하는 그 여자는 돌을 집어서 그들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주받을 인간들아~ 당신들은 잔인하고 끔찍해!"
"꽃이 당신들에게 베풀어준 은혜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들!"
"꽃이 당신들에게 해를 입히던가요? 꽃은 당신들을 배신하지 않아! 영문도 모르고 당신들의 그 잔인한 가위질에 목에 베어지는 고통을 당하고 있어. 당신들은 저주를 받을 거야!!!"
두 집앞에 모여든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왜 광분하는지... 이웃집 내외가 왜 갑자기 야만인이 되었는지...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웃집 내외 중 한명은 최근들어 몸이 약해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알레르기 증세까지 겹치면서 흔하지는 않지만
'꽃 알레르기'가 생겨났으며, 그런 아내를 위해 남편은 꽃을 꺾어서 시장에 팔자고 했습니다. 물론 남편도 꽃을 사랑하지만, 아내의 알레르기까지 외면하면서 꽃을 기를 수는 없었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었기에, 꽃을 팔아서 약값에 보태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왜 이웃집 여자가 화를 내는지, 동네사람들 앞에서 망신아닌 망신을 당하면서 야만인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베란다에서 광기에 가까운 비명이 들리고, 자기 분을 삭이지 못하던 그녀가 베란다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놀란 동네사람들과 이웃집 부부는 그녀의 집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야 했습니다...
2층에서 떨어진 그녀는 수두룩하게 쌓여진 잡초와 이름없는 꽃더미 덕분에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가 볼품없다고 생각했던 잡초와, 이름없는...볼품도 없는...향기도 없는 꽃들을 마당에서 모조로 뽑아 오후에 태우기 위해 한곳에 모아두었던 것입니다...
그녀가 2층 베란다에서 떨어질때...그녀가 사랑하던 아름다운 꽃들은 아무말도 없이 그자리에서 향기만을 피우고 있어습니다...
그녀를 살린것은 그녀가 볼품없다고 뜨거운 불속에 넣기 위해, 맨손으로 잡아서 뜯어낸 혐오스런 잡초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더이상 그녀가 어떤얘기를 해도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꽃을 사랑한다고 한 가정을 야만인으로 매도하고,
꽃을 사랑한다는 그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꽃이 아닌것은
볼품없는 미물로 여기는 그녀가 동네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마을에서는 꽃을 꺾어서
이웃마을에 파는것이 오래된 전통이었습니다. 이웃마을은 바다와 너무 가까워서 꽃이 피기에 좋은곳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그날 모두 야만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