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들어!"

장소는 작은 은행의 대합실. 총을 든 남자가 외쳤다.

마을사람 몇 명이 화들짝 놀라며 양손을 들었고, 금발의 일본인과 흑발의 청년은 서로 마주본 뒤 양손들 들었다.

(괜찮겠나? 니카이도)

(처리하는 거야 간단하지만... 산탄총이다. 틈을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프랑스 남부. 인구 수천의 작은 마을.
어떤 인물과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니카이도 베니마루와 듀오론은, 일단 힘이 없는 척 하며 조용히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평소의 베니마루라면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도 멋진 연출을 집어넣어 화려하게 강도를 제압했겠지만, 아쉽게도 은행 안에 50세 이하의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은 전형적인 프랑스의 소규모 농촌마을로, 중앙부에 교회와 작은 상점들이 늘어서있다.
목축도 겸하고 있어서인지 마을에서는 소나 말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은행이라고는 해도 은행원은 4명밖에 없고, 건물도 꽤 오래된 것으로 화려함은 없다.
손님도 베니마루와 듀오론, 그리고 은행 강도만 마을 바깥사람이고, 그 밖에는 전부 마을사람들 뿐이었다.
애쉬 크림슨과 관계가 깊은 '어떤 인물'의 초대가 없었다면, 두 사람이 이런 곳까지 올 일도 없었겠지.
길을 묻기 위해 들린 촌동네의 은행에서 강도와 마주친 것은 불행이었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 크게 곤란한 상황은 아니었다.

"소, 손을 머리 뒤로 돌리고, 지, 지면에... 어, 엎드려! 빨리!"

강도는 누가 봐도 겁을 먹은 상태였다.
모자 밑의 입술은 바르르 떨렸으며, 총구는 끊임없이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은행 안에는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없어, 이런 상황치고는 신기하게도 조용했다.
밖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따뜻한 날씨. 창문 하나로 막힘 '이쪽'에서 긴장된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아깝다.

(......)

(왜 그러지, 니카이도?)

(...말이다)

(...말?)

창문 바깥에, 흰 말이 지나갔다.

(...말이지?)

(...말이군)

말의 등짝에는 채찍이 놓여져 있고, 한 여성이 타고 있었다.
얼굴의 위치는 높았지만,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베니마루와 듀오론과는 각도 탓인지 눈이 딱 마주치는 상황이다.
그녀는 등을 펴고 가볍게 손을 풀어준 뒤 승마 채찍을 손에 들었다. 머리카락은 짧고, 입술도 굳게 다물고 있다. 누가 봐도 고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척 보니 꽤 미인. 베니마루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현재 자신이 은행 강도에게 협박당해, 꼴사납게도 바닥에 엎드려 강도가 시키는 대로 구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만남. 여기는 어떻게든 신중하게 계획을 짜 화려하게 사태를 수습해야만 한다.
그런데, 베니마루가 그렇게 결심한 순간, 문제의 백마를 탄 아가씨가, 정면의 입구를 통해 말과 함께 들어왔다.
여성은 말 위에서 채찍으로 강도를 가리킨 뒤.

"거기 그대에게 명령한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라고 소리 높여 선언했다.

움찔한 강도. 곧바로 인질로 잡혀있던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브랑토르슈 아가씨다"

"엘리자베스 님이구먼"

그 목소리에서 '이제 살았다'라는 느낌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직 은행 강도를 경계하고 있는 눈초리였다.

"이, 이 년이! 이 총이 안 보이냐?"

"아직도 눈이 아프군. 괜찮나, 듀오론"

"괜찮다."

강도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엘리자베스라고 불린 여성은 손에서 강렬한 섬광을 발산했다.
강도가 아닌 사람도 순식간에 눈이 부셔 우왕자왕하게 되었다. 겨우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니, 옆에는 밧줄에 묶인 강도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달려온 경찰에게 강도가 인계되고, 베니마루와 듀오론도 겨우 상황에서 해방되었다. 사정청취가 진행되긴 했지만, 사건에 큰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습자체는 금방 끝났다.
그 베니마루의 앞에 방금 엘리자베스라고 불린 여성이 나타났다.
말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등을 쭉 펴고 있다. 키 자체도 큰 편. 베니마루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듀오론을 소개한 뒤, 평소와 같은 느끼한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강도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는데"

"불만이 있다면"

엘리자베스의 따가운 한 마디. 불만이 있다면. ...지면에 엎드려 추해지기 전에 일어나서 주먹을 휘둘렀으면 어땠는가... 라고.

"그건 너무 심한 말 아니야? 우리들은 인질들의 안전을 생각했다고. 신중히 말이야."

"말로는 뭐든 다 설명할 수 있겠지요."

엘리자베스는 곧바로 베니마루의 발언을 제압했다.

"그럼 안녕히. 듀오론과 니카이도 베니마루. 방문해 주신 건 감사하지만, 브랑토르슈는 당신들 같은 겁쟁이와 팀을 짤 수 없습니다.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엘리자베스는 말이 끝나자마자 180도 돌아 곧바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베니마루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사람을 프랑스까지 갑자기 불러놓고, 이 깔보는 태도... 하지만, 그런 여자도, 뭐 나쁘진 않지."

"잠깐 기다려라"

듀오론이 빠른 걸음으로 나가련느 엘리자베스를 불러 세운다. 극단히 말수가 적은 그답지 않은 행동이다.

"애쉬 크림슨은, 카구라 치즈루의... 야타의 힘을 손에 넣었다"

엘리자베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

"역시 알고 있었군."

"당신이야말로 용케도 알고 있군요. 역시 비적의 생존자... 이기 때문입니까"

"......"

"비적의 마을은 일족의 장인 '론'에게 괴멸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거기에 베니마루가 끼어들었다.

"이번엔 내가 물어볼 차례다. 쿠사나기, 야가미, 무카이에 오로치. 이 고유명사들은 대충 들어봤겠지? 우리들은 작년 KOF의 당사자들이다. 네가 모르는 것도 알고 있지"

"...알겠습니다. 말을 들어보죠"

"원래 그쪽부터 타진해온 거긴 하지만, KOF에 한 팀으로 출전해주겠어?"

"이야기를 들은 뒤 결정하겠습니다, 할아범!"

지금까지 은행의 밖에서 말을 맡고 있던 노인이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먼저 돌아가 있을 테니, 이 자들을 집까지 안내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핫!"

말이 끝나기 바쁘게 말에 올라탄 엘리자베스는 채찍을 한 번 휘두른 뒤 질풍처럼 사라졌다.

21세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원래부터 말투가 좀 거치신 분입니다. 나쁘게 생각치 말아주십시오."

할아범이라고 불린 노인이 엘리자베스를 대신하여 고개를 숙였다.

손에는 두 줄의 끈이 쥐어져 있었다. 그 끝에는 당연히도 두 마리의 말이 있었다.

"이 앞의 고개를 넘으면 집이 있습니다. 길은 말이 기억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 끈을 받으십시오."

끈을 건네받은 베니마루와 듀오론은 듬직한 체격의 세 마리의 말을 다시 한 번 올려다봤다.

"말이다"

"...말이군"

두 사람이 브랑토르슈가의 집에 말과 함께 도착한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출처는 BATTLEPAGE입니다.





"말이다"

"...말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