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학교에 갸냘픈 소녀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애가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봉사대의 멤버인데, 몇 번 같이 활동했지만, 그 애가 저에게 말을 건 것은 이틀 전인 수요일 오후였습니다.
열심히 낙엽을 쓸고 있는데, 그 애가 저에게 힘 센 애라고 하면서 말을 걸더군요. 빗자루로 쓸고 쓰레받기로 쓸어담으면서 수다도 떨고. 그러다가 선생님께 빗자루로 살짝 맞으면서 같이 열심히 했습니다. 삼국지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더군요. 그 애와 같은 반이었던 제 친구가 인정하진 않았지만, 저는 갸냘픈 소녀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생긴 게 갸냘프게 생겼잖아요.  하교하면서도 그 녀석 생각이 났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축제 당일이었던 오늘. 저는 축제에 참여하면서 갸냘픈 소녀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학급장기자랑에서 갸냘프 소녀가 저에게 격려를 해 주더군요.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저, 아니 저희 반의 공연을 보고 웃을 갸냘픈 소녀와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오버도 하면서 춤을 췄습니다. 그리고, 다시 옷을 갈아입고, 의자에 앉았는데, 옆에 있던 남자애가 왜 갸냘픈 소녀에게 자꾸 말을 거냐고 묻더군요. 그 남자애와 갸냘픈 소녀가 같이 다니는 걸 몇 번 봤지만, 그냥 친구일 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친하게 지내는 여자애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정말일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갸냘픈 소녀를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나마 좋아했었던 녀석이었는데..... 그냥 냉정하게 공연 보고 오버하고, 콧노래 부르고. 공연 끝난 친구들에게 야유도 떨어주고, 그 녀석을 잊으려고 별 짓을 다 해봤습니다.
지금은 열혈 음악을 들으면서 열심히 제 심정을 글로 쓰는군요.
(갸냘픈 소녀야. 그 남자애와 사귄다는 게 진실인지 알고 싶어. 그리고 김 군아. 갸냘픈 소녀를 사랑한다면 담배 끊어. 그게 갸냘픈 소녀를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