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이, 들었어?"
"뭘 말이여?

아무도 없는 도장 구석에 앉아, 거한과 번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갱생이라는 이름의 엄한 수행을 항상 받고 있는 두 사람에게 사실 이렇게 놀고 있을 시간은 없을 터. 하지만 오늘은 수련시간이 되어도 김사부가 모습을 보이지 않아, 두 사람은 이렇게 떠들 수 있었던 것이었다.
콧털을 뽑으며 거한이 말을 이었다.

"또 KOF가 개최된다는데"
"아아... 개최되는건 좋지만, 기쁜 건지 슬픈 건지 심경이 복잡해."
"뭐, 언제나 이 도장에서 매일같이 수련을 쌓으며 세월을 보내는 우리들에게 KOF라는 건 사회에 나갈 수 있는 좀처럼 없는 기회니까."
"하지만, 보통 떄도 엄한 수련이 대회가 가까워져 오면 더 엄해지는건 사양하고 싶어."
"하지만 이번엔 약간 사정이 다른것 같아"
"헤? 그건 무슨 소리여?"
"조금 엿들었지만 이번엔 전사범이 의욕이 넘치는 것 같아. '김사범에게는 더이상 맡겨둘 수 없어!'라고 하더라고."
"그렇다는건, 이번에 전사범도 팀에 참여한다는 거여?"
"그렇다고 해야 하나, 전사범이 리더로서 결말을 낼 셈인가 보더라고."

김갑환과 동문으로, 동시에 김갑환과 어께를 나란히 할 정도의 한국 태권도계의 거목 전훈은 동문인 김갑환에게 강렬한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에선, 김사범을 리더로 KOF에 참전해 왔으나,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초조함을 느낀 전사범은 김사범에 대한 라이벌 의식도 있고 해서, 드디어 자신이 리더가 되어 참전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김사범, 지금쯤은 그걸로 전사범과 얘기하고 있을 걸."
"그래, 그래서 오늘은 아직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거네?"

양손의 손톱을 교차한 후 번개는 "쿠후후후후..." 하고 기쁜 듯이 웃었다.

"하지만, 그러면 올해 멤버는 어떻게 되는 걸까?"
"후웅?"
"어느쪽이 리더가 되던 간에 김사범과 전사범이 출장한다는 건 거의 결정사항이잖아? 그렇다면, 멤버는 이제 한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네?"
"그러고보니..."

뭔가를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뜬 장은, 급히 배를 쥐고선 바닥에 구르기 시작했다.

"아구구구... 야, 약간 과식했더니 배가 아파... 미안하지만 이번 KOF는 못나갈 것 같으니까 네가 내 몫까지 분투해줘."
"아앗!? 치, 치사해, 거한! 어딜 봐도 꾀병이여, 그건!!"
"시, 시끄러. 엉망진창인 사범들에 껴서 KOF따위 출장할 수 있을 것 같냐구!"
"그건 내가 할 말이야! 그리고, 실력으로 말하자면 나보다 거한이 나가는게 더 맞다고!"
"아니, 네가 나보다 강해. 응! 그러니까 힘내. 알겠지?"
"아니아니, 나따윈 아직 거한의 발밑에도 못미쳐. 역시 세 번째 멤버는 거한이 나가야해."

두사람이 같이라면 몰라도, 혼자서 제자라는 입장으로 갑환과 훈의 팀이 되는 게 얼마나 싫었으면, 거한과 번개는 3번째 자리를 서로에게 떠밀려는 추한 양보전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출장멤버를 정하는건 사범들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때, 김사범이 빠른 걸음으로 도장에 도착했다.

"두 사람 다 안에 있나?"
"우왓! 기기, 기, 김사범님!?"
"그, 그러니까 우리들은, 때, 땡땡이 치지 않았어요!"

갑환의 등장에 당황해선 급히 일어산 거한과 번개는 직립부동의 자세로 씨도 안먹힐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허나, 평소같았으면 그런 변명들을 도중에 끊고 두 사람에게 큰소리를 질렀을 김사범은 두 사람에게 화를 내는 대신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실은 전사범에게 큰 일이 났다."
"크, 큰 일...?"
"이라구요?"
"그래. ...이번 대히에 대해 의논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약속시간이 되어도 전사범이 오지 않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교통사고에 말려든 것 같다."
"사, 사고라구요?"
"분명 이전에도 교통사고를 당했었지, 전사범"
"다행히 목숨엔 지장이 없는 것 같지만, 그런 이유로 전사범은 이번 대회에 참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설마...."
"그렇다. 매년 하듯이, 이번에도 우리들 3명으로 출장한다."
"에에에에!?"

거한과 번개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적어도 둘중 한 명은 대회용 특별 트레이닝 메뉴에서 해방될 거라 생각했던 얄팍한 기대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뭐지?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건가?"
"아, 아니요, 별로..."
"없습니당."
"알겠나, 두사람! 입원생활을 하게 된 전사부를 위해서도 이번엔 특별히 기합을 넣고 가자!"
"예, 예..."
"목소리가 작다!"
"예, 옛!"
"좋아! 그럼 바로 수련을 시작한다!"

이래선 이제까지 어떤 대회보다도 더 엄한 수련이 될 것 같다고 판다한 거한과 번개는 어께를 축 늘어뜨린다. 낙담한 표정을 보일 수도 없는 노릇, 남몰래 눈물을 삼키고 김사범의 특훈을 견디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엔딩

김 : 이 세상에 악이 번영했던 적은 없었다! 정의는 반드시...
최 : 아니, 그건 이제 됐어! 그것보다 왠지...
장 : 맞아... 위험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 : 아,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납작해질 것 같아요!

김 : 좋아, 모두 훈씨에게 승리보고다!
장 : 그러고보니 입원해있었지, 그사람. 깜빡 잊고있었어.

김 : 해냈어요, 훈씨! 우리들이 우승....
전 : 어라, 무슨 일입니까? 갑환군? 병원 내에서 그렇게 큰 소릴 지르다니.
장 : 무, 무슨 일이라니, 그런...
최 : 출장할 수 없던 사범 몫까지 하려고 3명이서 힘내, 드디어 우승했어요. KOF에서!
김 : 우리들이 우승하면 꼭 훈씨가 기훈을 차릴 거라고 생각해서...
전 : 아, 그러고보니 KOF에 참가했었군요. 깜빡 잊고있었습니다.
장 : 이, 잊었다...?
전 : 그래요. 당신들도 같이 보지 않겠습니까? 아테나씨의 돔 투어 DVD가 발매되었습니다. ...이야, 역시 내겐 아테나씨의 노래가 가장 큰 특효약인 것 같습니다. 맞아, 그리고 최신 사진집도 말이죠.
김 : .....
최 : 우리들의 노력이란 건....
장 : 대체 뭐였단 말인가....?


-번역본 from 게이머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