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지나쳐가는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힌다.
피하려고도 하지 않은 채, 이오리는 오직 하늘의 태양을 쭉 바라보고 있다.
변함없이 쿄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허나 분명히 만난다.
확신에 가까운 예감은 날이 갈수록 강해져갔다. 눈이 아찔해지기 직전, 구름이 태양을 가린다.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을 때, 본능이 이오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

...적. 쿄는 아니다. 허나 이 느낌은 전에도 대한 적이 있다. 대체 어디서?
기억을 더듬는다. 본능은 감각을 예민하게 하고, 사고의 속도에 가속을 건다.
체온이 상승하고, 몸이 임전의 태세를 갖추기 시작한다.
서서히이긴 했지만, 노리고 있는 느낌에 초점은 맞춰져 있었다.
지나쳐가는 군중 속에, 눈을 깜빡이지 않는 남자가 몇 명.
약간의 거리를 둔 곳에서도 동류의 느낌이 느껴진다. 동시에 희미한 기억도 확실해진다.

「네스츠... 송사리들이...」

더욱이, 이오리의 흥미를 더한 것은 자신을 쫓고 있다고 생각되는 거리를 둔 느낌에서,
극히 가까운 곳의 남자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누구를 노리고 있는가... 이오리의 눈앞에 그것이 있었다.
여자, 이오리에게 있어서는 그저 여자, 그 여자를 중심으로 남자들이 거리를 좁혀온다.
좋을대로 하게 놔둬도 문제는 없다. 허나, 눈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송사리들'이 이오리를 스쳐간다.
상대가 이오리에게서 느끼는 긴장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양 어깨를 늘어뜨린다. 거리, 제로.
등을 돌린 채로, 이오리는 똑같이 등을 돌리고 있는 한명의 남자에게 왼손을 뻗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잡혀있던 것이 날아가며, 부서지는 감촉을 남긴다.
그것이 손가락을 통해 전해지고, 이오리의 본능을 깨운다.

「놀아볼까.」

이오리는 평소 이상의 표정을 누르며 말했다.
숨이 끊어진 남자의 어깨너머에, 남은 남자들이 이쪽을 향해 돌아서는 것이 보인다.
그것과는 별개로, 거리를 둔 시선은 여전히 이오리를 주목하고 있다.
이오리는 그 시선과 군중을 무시하고, 남자를 방패로 한 채 달려들어간다.
수초만에 상대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남자들 중 한명이 눈에 담은 것은,
한 순간에 거리를 좁혀드는 자신의 동료, 그 다음은 아득히 밑에 위치한 지면과,
거기에 선 사람들이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는 광경이었다.
약 2m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소리. 누구라해도 듣는 것이 익숙치 않을 그 소리를 중심으로,
인파가 존재치 않는 공간이 넓어졌다. 남은 남자들은, 여자를 끊임없이 노리며, 필사적으로 이오리의 모습을 쫓았다.
체제도 가다듬어지지 않은 중에 또 같은 소리가 울린다. 이제 한사람. 이오리는 곧장 여자에게 다가간다.
여자는 주변의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중, 이오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전혀 모르는 남자, 그것도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곧장, 뱀에 홀린 개구리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새 마주보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미행당하고 있군.」

여자에게 있어, 이오리의 그 말은 의외였다.
시선을 자신의 뒤쪽에 두고 있는 이오리를 보고,
여자는 처음으로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여자를 사이에 두고, 이오리와 남자는 서로를 계속 노려본다.
남자의 입가에 한순간 웃음이 떠오르는 것을 이오리는 놓치지 않았다.
웃음에 맞춰 떠오른 시선보다 먼저, 자신을 노리는 또 하나의 그림자를 잡아낸다.

「거기 있는가.」

말과 이오리의 행동은 동시였다. 이오리는 여자를 껴안고 몸을 가라앉힌다.
돌연한 이오리의 행동에, 여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단지, 안겨지는 순간, 총성같은 소리를 들은것 같았을 뿐.

「도망쳐라. 죽고싶지 않다면.」

격하지도, 강요하는 듯 하지도 않았다. 단지 담담하게 이오리는 여자에게 말했다.
그 건너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여자는 총성이 기분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여자가 가는 곳은 어디든지 상관없었다.
이오리는 그대로 선 채, 쓰러진 남자로부터 총성이 울린 방향으로 눈을 돌린다.
저 앞에 총을 든 남자가 보인다. 이오리는 시야속에 든 남자의 눈에 시선을 맞춘다.
몸도 총을 향해, 한발 앞으로 내디딘다. 이오리의 행위를 확인했는지, 총을 내리고, 남자는 사라져갔다.

「저...」

이오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여자는 도망치치 않은 채, 이오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도와주셔서.」
「도와 줄 생각은 없었다.」 

이오리의 반응에 별로 당황하지 않았던지 여자는 계속한다.

「강하시네요. 제가 아는 사람과 닮았어요.」
「닮아? 나와?」 

이오리는 여자의 말에, 뭔가 끌려드는 것을 느낀다.
이오리의 마음의 움직임까지는 여자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당분간 만나지 못했기는 해도...」

네스츠가 어째서 이 여자를 따라다니는 것인가.
어째서 자신과 만나게 되었는가. 모든 점과 점이 연결된다. 분명히, 놈의 여자다.

「만날거라 생각하고 있나?」
「예?」 

이오리는 어리둥절해 하는 여자에게 등을 돌리고, 그곳을 빠져나가려 한다.

「괜찮아요.」

걸음이 멈춘다. 여자가 이오리의 등 뒤로 말한다.

「약속은 꼭 지켜요. 그 사람.」

여자에게는 이오리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이오리는 여자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인파속으로 사라져갔다.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그만한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공포감은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을 도와 준 남자에게서, 자신이 아는 남자와 닮은 점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유키는 잠시 보는 것을 잊고 있던, 쿄의 글러브에 수놓아진 태양을 꼼짝않고 바라보고 있다.
만나지 못하게 된 지도 얼마가 지났다. 그날, 언제나처럼 나갔던 쿄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유키에게는 너덜너덜해진 이 글러브만이 돌아왔을 뿐이다.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근거없는 자신은 날이 갈수록 강해져갔다.
오늘 일어난 일과 합쳐져 그 생각은 확신에 가까운 것으로 변해있다.
하늘을 덮었던 구름이 개었다. 유키는 글러브를 가방에 넣고, 잠시 하늘을 바라본다.
태양이 빛나고 있다.

「기다릴테니까, 쿄.」

걷기 시작한 유키에게, 햇빛이 쪼여온다.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쿄는 뭔가에 이끌리는 것처럼, 이 장소에 왔다. 오로치와의 싸움을 끝내고, 모든 것이 끝났던 장소.
그러나 모든것은 또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마중한 것은 잃어버렸던 글러브였다. 손상된 글러브.
떨어지려하는 해의 빛은, 마중하는 태양에 난 상처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그 상처 하나하나가, 지금은 자기자신과 겹쳐보인다.
그날부터 돌아가지 않았다. 네스츠와의 결판을 지을 때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
쿄에게는 강한 결의가 있었다. 쿄는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낸다.
어디선가 날아온 [KOF] 초대장. 자신이 알고 싶어하는 뭔가가 반드시 거기에 있다.
적어도 쿄에게 있어서는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이제 곧 모든 것의 결판이 난다. 그리고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서서히이긴 하지만, 태양의 것과는 다른 빛이 쿄를 비추기 시작하고 있다.
구름사이로 비치는 달빛, 어느새 날은 저물었다.
바라보고 있던 중, 눈에 보이던 구름이 개어간다. 나타난 것은 초승달이었다.
하늘을 채우는 가득함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강한 빛이 쿄를 비추고 있다.
등에 초승달을 가진 남자의 모습이 쿄의 뇌를 스쳐간다.

「이제 곧, 이다.」

달빛에 등을 돌리고는 쿄는 서서히 걸음을 옮긴다.
빛이 닿지 않는 어둠에 녹아들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 쿄를 구태여라고 하지 않아도 될 듯이, 달빛이 쿄가 있던 곳에 내려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