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녀간 느낌도, 애도를 표하는 물건도 없는 석비가 늘어선 곳에 한 남자가
다가왔다.
"여기에 오는 것도 1년만인가."
매년 이 시기, 앤디는 부친의 묘를 참배해 왔다.
따갑게 죄이는 태양 빛, 한편으로 융단처럼 펼쳐진 푸르름, 정연히 늘어선 묘석,
어떤 것도 마치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똑같은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중에, 한가지 지금까지와 틀린 점이 있었다.
"...올해에는 혼자인가."
체념한 듯 걸음을 옮긴다. 매년 앤디의 옆에는 형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요 1년 사이에는, 그 소식조차 알 길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아버지의 묘석 앞에 겨우 다다른 앤디.
"오랜만이예요,아버지.하지만 올해는 형이..."
막 나오려던 말이,거기서 멈췄다.
아버지의 묘가,1년만의 참배인데도, 금방 닦은 것처럼 깨끗했다.
더구나 그 아래에는 꽃이 한다발 놓여 있기까지 했다.
분명 누군가 여기에 왔던 것이다.
"이것은..."
"또인가..."
몇 번째인가...방에 돌아오자 엉망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일이 최근 계속되고 있다.
일련의 흐름의 시작은, 그래, 그 의뢰를 받아들인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날, 방에는 숨막힐 것 같은 무더움이 가득 차 있었다.
괴어 있는 공기를 가르며 전자음이 울렸다.
발신원은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침묵을 지키던 노트북이었다.
몇 주간만에 메일 박스를 체크했다.
"오랜만이네."
빠트린 여지는 없다.
나, 마리 라이언 앞의 메일이 단지 한 통,거기에 있었다.
그 때는 정말 새로운 일의 의뢰가 전혀 없었다.
마치 그 의뢰가 올 것을 기다렸던 듯이...
"내용은, 음..."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되어 있는 조사였다.
개중에는 내부까지 잠입해 조사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것까지 있었다.
조사대상은 [킹 오브 파이터즈]...
"오랜만이라 그런지 꽤 크네..."
내 육감이 뭔가를 알리기에는 충분한 재료였다.
"먼저 밑을 다질 필요가 있겠지."
즉시, 의뢰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으나 '킹 오브 파이터즈'를 따라 들어가면 그 사람에게 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찾고 있는 그 사람에...
그러나 정작 내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그 시점에서는 거기까지 깊이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 감시받고 있음은 확실했다.
그러나 얼빠진 감시는 아니었다.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내가 그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것이었다.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이상, 여러 가지로 몸에 익혀둔 바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철저한 경우는 처음 이었다. 여기에 최근 일어난 일들만 봐도, 분명 경고행위로 나온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의뢰,생각한 것 보다 훨씬 내막이 깊다는 건가.
이것도 쓸데없는 짓 말고 조용히 의뢰나 완수하라는 경고인가 보군...
진정으로 파고 들면 화상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모양이네."
나는 속으로 내가 할 바를 결심했다.
"그렇게 나온다면,나도,철저히 하게 해 주지."
익숙한 메트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동시에 그를 찾는 것은,조금 힘들게 되겠지만..."
나는 언제나처럼,오토바이에 올라 타 시동을 걸었다.
"라는 것은 뭐야. 앤디? 그거 지금 테리가 이 거리에 있다는 소리냐!"
"그럴 가능성이 높아.
마리가 나섰는데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 정도여서 한때는 어쩌면 좋을지 고민했었는데."
"훗, 역시 나라는 존재, 내가 가진 기가 테리를 불러 들인다는 것인가."
"...알았어, 죠. 이제 됐어...
그것보다 마리에게 이 일을 알려야겠어. 죠는 계속 형을 찾아... 뭐야?!"
'쿠쾅!!'
...앤디의 말을 끊는 돌연한 폭발음.
"뭐야, 뭐야?!"
놀란 앤디를 제치고 죠가 일어났다.
"...나를,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달려나가는 죠.
"자, 잠깐 기다려,죠!!... 정말 뭘 들은 거야,저 녀석..."
앤디 역시,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했다.
확실히 나를 향하는 시선을 느꼈다.
농담으로라도 우호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때,느꼈던 뭔가가 내 발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지금,그 시선을 보냈던 남자의 뒤를 쫓고 있다.
그러나 남자와의 사이에 있던 인파가 한층 더 격렬한 흐름으로 바뀌었다.
그것과 함께 남자의 모습도 사라져 갔다.
"칫,놓치겠어..."
순간, 시계에서 그 모습이 사라졌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테리 보가드!"
그 목소리는 주변을 둘러 볼 시간마저 주지 않고,등 뒤에서 돌연 들려왔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간신히 그 남자를 시계에 넣으면서 나는 내내 서 있었다.
"마리 라이언 같이 얌전하게 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마리? 긴장해 있으면서도 그 이름이 머리에 울렸다. 바로, 그 때.
'쿠쾅...'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주변이 그 소리에 동요하고 있던 중, 그 남자와 나만이 명백히 주위와는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
그 때, 길게 숨죽이던 공기 속에 약간의 벌어짐이 생김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어지간히 진심,인가 보네."
오토바이의 브레이크에 잔꾀를 부렸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나를 둘러싸듯이 모여 있던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뭐야, 마리아냐?!"
"뭐, 마리?"
"죠, 거기에 앤디까지..."
하필 이런 때에 만나다니 정말 타이밍이 좋지 않다...
"훗, 역시 나를 부르는 소리가 틀림없었던 듯 하군."
"...농담 마. 그것보다, 좀 연락할까 생각하던 중이었어,
그런데 설마 이렇게 만나게 되리라고는..."
"뭐...그래, 그것보다 내게 연락이라니?
설마 테리에 대해 뭔가 알아냈어?"
여기서 실은 잠시만이라도 모든 것을 말해 줄 필요는 없다.
내가 이 건에 관계되어 있는 이상,이 두사람에게는 테리쪽에 전념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만 테리가 발견되었을 때에도 '도와 줘' 같은 말을 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그래, 그거야! 형이 이 거리에 있을지도 몰라!"
"거짓말?!"
'풀썩'
그 때,우리들의 등 뒤에서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거기에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남자의 모습이 있었고,
부서진 그림자가 있었다.
"여,오랜만이군."
"테,테리..."
테리의 말에 따르면,그 남자는 내 오토바이에 잔꾀를 부린 장본인이 틀림 없다고
했다.그렇지만 사정을 설명하자면 의뢰에 대한 것과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시침뗄 수 없게 된다.
"형,지금까지 대체 뭘 하고 있었어?!
아무 연락도 되지 않아서 정말 걱정했었다고!"
"아아,미안하게 됐어...그것보다 마리,이녀석은 대체 뭐하는 놈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테리가 모자를 깊이 눌러 썼다.
"...아무 것도 아냐,라고 해도 설득력이 없겠지."
이제는 숨길 수 없다.나는 지금,안고 있는 일에 대한 모든 것을 세사람에게 이야기
했다.
"그런 것,무시해 버리면 그걸로 된 것 아냐?"
"그렇게 말할 수 만도 없어.
거기까지 하게 하는 놈들이라면 의뢰 쪽을 무시 해도 같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마리는 녀석들이 좋은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잖아."
그래,죠의 말대로다.그렇지만 의뢰인이 여기까지 한 이상,
이 의뢰는 상상 이상으로 귀찮은 일이 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 때,테리가 돌연 입을 열었다.
"오케이, 알았어! 자, 올해는 우리들 네사람으로 출장한다!"
"자, 잠깐, 그렇게 간단히?! 설명했잖아?
의뢰를 처리한다 해도, 그걸로 끝난 다는 보증같은 것도 없다니까.
거기에다 이건 내 일이야. 동정같은 느낌으로라면 도움같은 것 필요없어."
"동정따위로 목숨을 걸 것 같아!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야...그런..."
테리가 화를 내는 얼굴은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에 놀란 이상으로 최후의 한마디가 걸렸다.
"그런...?"
"...그것뿐이야..."
그 앞에도 뭔가 말이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죠는 망설임 없이 계속했다.
"뭐,대회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지?
참가는 혼자서 할 수는 없는 거잖아?"
"화, 확실히...하지만 정말 괜찮겠어? 되돌릴 수 없게 되어도?"
"당연하잖아!
그렇지만 출장한 후에는 물론 우승을 노리니까 무진장 힘내지 않으면 안 돼!"
테리가 하다만 말...
그것이 걸리기는 해도,솔직히 세사람의 협력은 정말 고마웠다.
여하튼 이 의뢰는 혼자서 어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이렇게 된 이상,나도 기분 전환이 필요하겠지.
"맡겨 줘.내가 들어가면 전력 업은 틀림없는 것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앤디..."
"뭐가? 아...마이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모자를 눌러 쓴 테리가 앤디의 어깨에 손을 얹고 조용히 머리를 흔들었다.
"혀,형..."
죠는 변함없었다.
"할 수 없네.마이에게는 내가 잘 설명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아니, 됐어...오히려 일을 더 악화시킬 것 같아..."
"미안해,앤디."
"아아...어쩌지..."
과연,이것만은...다른 사람과 묶이면 마이가 충분히 화낼 만하지.
"이야-,이렇게 되면,앤디가 가장 지옥인데. 아니, 수라장인가?
"..."
죠, 그건 좀 심한 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