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팅은 끝냈어?"
백미러 속의 여자는, 입술연지를 세운 채 운전사에게 묻는다.
"초대장의 수배는 1주전에, 집합 수배는 조금 전에 완료했습니다.
앞으로 5분 정도면 회장입니다. 준비하시길."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해?"
"예, 특별한 옵션은 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족과의 예정이라도?"
"에에, 식사 약속을.
하지만 잘 됐어. 캔슬되지 않고 끝날 것 같으니."
차창으로 보이는 홀을 바라보며 여자는 준비를 마친다.
사람의 체온이란 대단한 것이다.
거기에 있는 자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 지 않을 리 없다.
2,3천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홀이지만 빈 틈 없이 사람이 들어 찬 이상
상황은 엄청난 것이었다.
더구나 태반은 눈앞에 펼쳐진 이벤트에 열광하고 있다.
보통 더운 것만이 아니라, 들뜬 사람들의 열기까지도 더해 진다.
적어도 K'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장난하는 거냐?"
특별히 어딘가를 보지도 않으면서,
언제나처럼 애교라곤 하나도 없는 말투로 K'는 맥시마에게 말을 던졌다.
"?
아, 미안해.너도 마실텐가?"
맥시마는 별로 아차하는 기색도 없이 혼자 마시던 맥주를 K'에게 내민다.
명백한 착각이었다.
"...그게 아냐."
"새 것으로 달라고?"
"집어 치워. 말한 것과 틀리잖나.
놈들이 움직이는 것을 훼방 놓는다는 건 어떻게 된 거야?"
"네스츠 말인가. 아아, 한다.여기서 할 일이 끝나고."
맥시마는 간단히 답하고 다시 맥주를 입으로 가져갔다.
"할 일...?"
"팀메이트와 대면하는 거지."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짓는 K'에게 맥시마는 편지를 내민다.
"초대장...[KOF]? 어찌된 거야?"
"불려진 거지.
초대 선수로 확정되어 스페셜 팀으로 참가하는 거다.
어제, 팀 메이트와 접촉할 수 있었다.
만날 곳이 여기라는 군."
"나갈건가?"
"결승 토너먼트가 사우스 타운에서 열릴 것 같아."
"사우스 타운...여긴?"
"가깝지. 그 단서로 뭔가 꾸민 흔적이 있지.
어찌 보면 이 대회, 구린 데가 있어.
의심대로 맞는 것 같아... 엇, 나왔군."
끓어오르는 환성은 메인 이벤트의 입장을 알렸다. 환성의 파도를 이루듯이 움직인다.
허나,링과 가까운 곳에 이르름에 따라 그 환성은 술렁거림으로 변했다.
관중에 가려, K'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잠시 후에 관중들 사이에서 마스크 맨이 링으로 홀연 뛰어 올랐다.
한 사람,또 한 사람... 계속해서 같은 마스크를 쓴 레슬러가 링에 올랐다.
술렁거림은 어느새 인가 웃음으로 변했다.
"걸작이다! 멋쟁이가 왔군!"
기뻐하는 맥시마를 무시하고, K'는 한층 시덥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쓸데없군."
장내의 혼란을 뒤로 하며, 공이 울렸다. 개중에서도 유달리 몸집이 작은
마스크 맨이 마스크를 벗어 대전자에게 던진다.
[순식간]이란 말 그대로 전개되었다.
대환성이 링에 서 있는 안대의 남자 에게 집중되었다.
"쓸데없군."
노골적인 말투에 맥시마 역시 노골적인 얼굴로 답했다.
"몇번이고 시끄럽게 구는군.좀 즐기자는데."
"쇼를 볼 때가 아냐."
"쇼? 지금 그 녀석이?
연출이 지나치긴 해도,어지간히 대단한 미끼지. 저 친구"
무언으로 대꾸하는 K'를 무시하고 맥시마는 링에 선 안대를
한 남자를 서치 모니터로 포착한다.
늘어선 숫자가 남자의 평범치 않음을 증명했다.
다른 수치에도 눈이 가려는 순간, 모니터에 경고신호가 떠오른다.
"!"
맥시마의 표정에 긴장이 흘렀다.
K'의 옆, 상대로 있던 자리에 여자가 바싹 다가와 앉아 있었다.
"하이"
"너는?"
"파트너예요."
"남자가 아니었나?"
"어제는 매니저에게 연락을 받았죠. 놀랐어요?"
"아니,맥시마다."
모든 것을 간과하는 듯한 어조로 맥시마가 손을 내밀었고 여자도 거기에 답한다.
"바넷사예요."
"또 한 사람...라몬인가 하는 녀석은 왔나?"
"저기 있어요."
맥시마가 어디냐고 물으려는 목소리는 환성에 묻혀버렸다.
맥시마가 눈을 돌리자, 안대 남자의 마이크 퍼포먼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저의 실력을 보이기엔 충분했지만, 모두 어째 개운치 않지요?
이번에는 약간 서비스였으니 싫증내지 마시고 다시 와주십시오!
...그리고 오늘의 승리는 회장에 있는 당신에게 바치지요!!"
안대 남자가 먼 곳의 바넷사를 가리킨다. 바넷사 역시 손을 흔들어 답한다.
"녀석이?"
어이없다는 듯 맥시마가 바넷사에게 확인한다.손은 계속 흔드는 채로, 바넷사는 대꾸한다.
"안될까요? 나는 좋은 친구가 되리라 생각하는데?"
그 주고받음이 끝나지 않는 동안 K'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넷사의 눈이 K'에게로 향한다.
"돌아가나요?"
"할 일이 있어. 맥시마, 먼저 나간다."
이윽고 어깨가 지나쳐 간다. 바넷사가 속삭였다.
"조금은 호감이란 것을 생각하는 게 어떨까?
더욱 멋져 보일 것 같은데. 아가야..."
"시끄러."
K'는 눈도 맞추지 않은 채,그 한마디만을 토하고서 나간다.
계속해서 맥시마도 자리에서 일어선다.
"안됐군. 내 동료는 지도 받는 것을 싫어해."
"신경쓰지 않아요. 저 정도도 안되면 흥미도 없으니까.
제법 잘 할 것 같지 않아요? 우리들?"
"그러면 좋겠군."
짝과는 상대적으로 맥시마는 웃는 얼굴로 회장을 빠져 나간다.
그 뒤를 지켜보며 바넷사는 허리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지금 나갔어요. 뒤를 밟아 줬으면 고맙겠네요."
바넷사도 살짝 뛰는 듯한 걸음으로 회장을 뒤로했다.
그곳은 별로 시계에 만족을 주지 못하는 지하였다.
무수한 코드 다발을 더듬어 간 끝에, 적어도 K'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오브제가 낮은 구동음을 울리며 서 있었다.조금 늦게 맥시마가 도착했다.
"또 이놈인가? 벌써 몇 개째야?"
"쇼를 하던 아까 거기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이 울리고 있었어.
끝까지 내가 찾겠다.여기는."
코드에 둘러싸인 채, K'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제까지와는 달라.
이런 중심지에 배치되어 있는 것은 처음 보는군."
본체까지 다가간 맥시마가 손가락의 핀잭을 열어 데이터를 찾기 시작한다.
"어찌되었든 좋아. 조금은 알 것 같아? 이놈의 중심을?"
"지금 하고 있어...
칫, 같아. 뭔가를 전송하는 장치...인데 어딘지는 알겠군."
"놈들인가?"
"맞아.네스츠제다.부품 어느 것도 본 적이 있는 것들이야.
[KOF]개최지 곁에 이런 것들이 굴러다닌다...분명 뭔가 있어."
맥시마의 센서가 발한 경고음과 섬광이 순간적으로 겹쳤다.
K'의 눈앞에 총탄이 스쳤다.센서가 몰려드는 적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래저래 손님인 것 같군.많이도 들어오는 걸."
일어서며 다리쪽의 총탄을 글러브로 튕긴다.
K'의 오른손이 붉게 타올 랐다.
"몰려오면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냐."
"아아, 진보가 없군. 확실히."
무수한 붉은 포인트가 두사람을 노리고 있었다.
차에 돌아온 바넷사는 시트에 설치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메라와 K'의 대립이 잠시 이어졌다.
영상은 거기에서 돌연 지직거리더니 끊어졌다.
영상의 종료를 기다리던 운전사가 입을 열었다.
"눈치 채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장 출구부터 곧장 이 차에.후에는 뒤를 찔려 어떻게도..."
조금 생각하는 듯 했으나,답은 곧 나왔다.
'될대로 되라.'
지금의 바넷사에게 가장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였다.
"좋아,이대로 가죠."
"괜찮겠습니까?"
대답하려는 바넷사의 목소리를 폭발음이 묻어 버렸다.
차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무슨...!?"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폭발은 아니었다.
맨 홀로부터 나오는 연기가 폭발음의 위력을 말해주었다.
"찾았네요. 그 아이들"
"한발로서 정답이군."
전개한 팔을 거두면서 맥시마가 중얼거린다.
"탄알은 이제 없는 건가?"
등을 향한 채,K'가 물었다.
"베이퍼용이라면 2,3발 남았어.어쩔테지?"
"전부 줘.이녀석이 아직 남았어."
K'의 시선이 향한 곳에 폭발을 면한 오브제가 남아 있었다.
맥시마는 카트릿지를 맡겼다.
"꼼꼼한...건가,너 무슨 짓을!?"
[KOF]의 초대장을 불태우며 K'는 옆눈으로 맥시마를 보았다.
"직접, 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그러려면..."
"나가지 않을 건가? 그 여자가 있으면 괜찮겠지."
조금 고심했으나 맥시마는 곧 동의했다.
"그것도 그렇군."
카트릿지가 오브제의 내부에 장치되고,불타는 초대장이 던져졌다.
다시 폭발음을 들었을 때는,그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작은 것이었는지 충분히 귀에 묻히는 소리였다.
"즐거운 건 이제부턴가 보네."
바넷사는 K'들이 있는 곳에 눈을 두고 있었다."